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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래기 된장국
11/24/2018 00:11 댓글(2)   |  추천(4)


아침에 씨래기 된장국 끓이다가,

문득 시어머니 생각에 코끝이 찡~


결혼하고 그 다음해 딸이 5개월됐을땐가,

겨울에 단칸방에 찬바람이 어찌나 쌩쌩 들어오던지,

하는 수 없이 보따리 싸서 시댁으로 가서 한 달을 있었어요.

옆지기는 신나서 고향 친구들 만난다고 밤이면 밤마다 마실 댕기고,

사람 좋아하시는 울 시아버님 덕에,

시도때도 없이 손님들이 들이닥쳐서 상을 하루에 몇 번을 차렸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하루는 시어머님이

'애야 뒷 담벽에 걸어놓은 씨래기 벗겨와서 국 끓여라'

하셔서 뒷 담벽에 짚으로 엮어놓은 씨래기 한 줄 걷어와서 물에 담가뒀다가 뜨건물에 한 번 삶아서

된장을 풀고 끓였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씨래기가 다시 밭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어요. ㅋ

저녁 밥상에 올려놓고 죄인인양 고개도 들지 못하는 나를 보고 시아버님은 아무 말씀없이 국물만 뜨서 드시는데 울 시엄니는 숟가락도 들지 않고 있다가 국그릇을 들고 가서 그대로 씽크대에 쏟아부으셨답니다.

씨래기를 어떻게 삶고 어떻게 된장국을 끓여야한다고 이야기나 해주시잖고..

애기를 등에 업고 주방에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시어머니 무뚜뚝하시고 냉정하신 분이라 내겐 어려운 분이셨는데,

돌아가시고서 이모님,작은 어머님 말씀으로는 그래도 며느리 넷 중에서 나를 가장 신뢰하셨다고 합니다.


살아계신다면 구수하게 끓인 제대로 된 씨래기 된장국을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어느듯 저도 그 때의 시어머니 연륜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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