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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사랑
08/10/2018 10:08 댓글(0)   |  추천(6)

 

 

내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부동산 업자가 우리 집문 앞에 달랑 묘목 하나를 놓고 갔다.

매년 이런 식으로 집 매물을 얻어내려는 부동산 업자의 상술이다.

아내는 묘목을 가져다가 어린 생명을 버릴 수도 없어서 뒷마당에 있는 커다란 화분에

아무렇게나 심었다.

내가 집에 왔을 때는 제법 자라있었다.

식물이 하나가 아니라 해바라기와 콩과 호박 그리고 수수를 한꺼번에 뭉뚱그려 심어 놓았다.

그러더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라면서 서로 엉키고 설키고 야단법석이 났다.

 

캐나다 먹매스터 대학 연구진의 실험 결과를 읽은 기억이 나서 찾아보았다.

식물들은 세간의 이론처럼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형제와 낯선 식물을 구별해 경쟁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물들이 한 화분에 낯선 종자와 함께 심어지면 뿌리를 마구 뻗어 수분과 영양분을 선점하는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지만 형제와 함께 심어지면 뿌리의 길이를 늘리지 않고 매우 친절하게

자리를 양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를 주도한 수전 더들리 교수는 형제를 알아보는 능력은 동물 사이엔 일반적인 것이지만

식물에게도 이런 은력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밝혀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식물은 인지와 기억 능력은 없을지

몰라도 혈연에 대한 이타행위 같은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할 능력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 보이지 않는 화분 흙속에서는 뿌리 전쟁이 났을 것이다.

콩과 해바라기와 호박 그리고 수수가 서로 자리다툼을 벌리는 게 분명하다.

멋도 모르고 함께 뭉뚱그려 심겨진 식물들은 끝도 없는 싸움박질로 밤낮을 지새우리라.

왜 싸움을 붙였느냐고 한바탕했다.

한참 지난다음 아내는 콩 넝쿨을 다 뽑아버렸다.

아침에 먹은 밥에 들어간 콩이 콩 넝쿨에 달렸던 콩이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몇 알 안 되는 콩이 밥에 섞여 있었지만 너무 부드러워 콩 같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먹었다.

호박은 제구실을 못하고 노랗게 변색해 간다.

남은 건 해바라기와 수수뿐이다. 해바라기는 키만 멀쑥하니 크다.

키가 멀쑥한 해바라기 뿌리가 가장 강력했던 모양이다. 다 물리치고 혼자서만 큰다.

해바라기에 달라붙어 자라는 수수는 키도 크기 전에 꽃부터 핀다.

제구실할 것 같지 않아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후 해가 해바라기 얼굴을 정면으로 비춘다.

진노랑 해바라기가 나를 보고 해맑은 웃음으로 인사한다.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해바라기가 피었는지 어땠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맨 날 가지가 달렸나하고 가지 잎만 들추고 다녔다.

가지는 내가 심었고 해바라기는 아내가 심었으니 해바라기에게는 무심 했다.

해가 우리는 오후에 짙은 노란빛 해바라기의 웃는 얼굴을 보고 나도 절로 웃음이 난다.

해바라기는 아침 뜨는 해와 눈을 마주치면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태양을 따라간다.

오후의 뜨거운 태양에게 끊임없이 미소를 보낸다.

웃을 줄만 아는 해바라기 너야말로 사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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