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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 (qtip54)

쌤통이다..
04/02/2019 17:04 댓글(18)   |  추천(24)


인터넷의 발달이 

우리 삶의 전체구조를 바꿔 놓았다는 사실과 현실에 

더 이상 왈가왈부 할 가치조차 없는 요즈음

하루에도 

카톡으로 왕래되는 수 많은 볼거리와 다양한 읽을 거리가 

차고 넘치고 있다.


어떤 내용의 글을 읽게 되면

 마치 STOP sign 앞에 정지된 것처럼

잠시 남의 눈을 빌려서

자신을 대비 시키게 되거나 성찰하게 하는 글도 만난다.

그게 바로

아래의 글이다.






#1. 고백하건대 나는 툭하면 과속, 신호 위반을 한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도로에서 빨간불에 걸리면 

단속 카메라가 있는지 살펴보고 액셀을 밟는다. 

뻥 뚫린 길을 달릴 땐 똑똑한 내비게이션을 믿고 스피드를 즐긴다. 

그래도 지금까지 딱지를 떼인 건 고작 두어 번이다. 

물론 난폭운전을 할 때 마음이 편치는 않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데 곧이곧대로 법을 지키는 건 

왠지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것 같다는 느낌이 앞선다. 

교차로 황색 신호에서 다들 속도 높여 꼬리를 물고 건너는데 

나만 정지하면 추돌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며 스스로 합리화도 한다. 
이런 나는 이제 언제라도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중략




#2. 서울대 대학원까지 나온 창창한 30대가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 일대에서 상습적으로 택배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딱 걸렸다. 

560여 차례에 걸쳐 1억 원어치를 훔친 혐의로 이달 초 구속된 그의 여죄(餘罪)는 

수백 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경회사 연구원으로 일하다 

2014년 말 퇴사한 뒤 이렇다 할 일자리를 찾지 못했던 그는 

지난해 설 연휴 때 서울 잠실 자신의 집 주변에서 

누군가의 현관에 놓인 선물세트를 보고 충동적으로 슬쩍했다. 

다행히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한 번이 두 번이 됐고, 활동무대도 넓어졌다. 

훔친 물건을 자급자족하는 데서 더 나아가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짭짤한 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는 

택배상자에 붙은 의뢰서를 보고 비싸고 수요가 많은 물건을 골라 

훔치는 대담함도 보였다.



#3. 골프만큼 독특한 운동도 없다. 

야구나 축구, 농구처럼 심판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부정(不正)의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이다. 

공이 깊은 러프에 파 묻혔을 때, 벙커에 빠졌는데 높은 턱이 가로막고 있을 때, 

숲 속에서 큰 나무가 스윙을 방해할 때 많은 골퍼 들은 먼저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악마가 속삭인다. 

“뭐 어때? 조금만, 아주 조금만 공을 옮겨. 그게 무슨 큰 허물이야?”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내 친구는

 이런 유혹에 굴복해 상습적으로 동반자를 속인다. 

지적 이라도 할라 치면 “프로도 아닌데 우리끼리 왜 그래?”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두주불사(斗酒不辭)형 이면서도 

라운딩 전날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을 정도로 골프를 사랑하는 그 친구를 

필드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사라졌다.




정직과 사소한 잘못 사이에는 작은 ‘문턱’이 있다. 

넘어도 될까, 말까 망설 이는 순간이다. 

여기서 양심을 도외시하고 문턱을 한번 넘어서면 용감해진다. 

도덕의식은 희박해지고 ‘이왕 이렇게 된 것’이라는 태도가 생긴다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댄 애리얼리). 부정은 전염성도 강하다. 

차량 없는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인내심이 약한 한 명이 먼저 무단횡단을 감행하면 

우르르 뒤따르는 모습은 흔한 광경이다.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면 

개인이나 사회나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된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자녀 학대, 시신 훼손 사건도 

처음에는 별 죄책감 없이 단순한 손찌검에서 비롯됐다. 

범죄는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온다.

정경준 사회부장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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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데

 #2번과 3#번 이 둘은 전혀 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1번과 마지막 부분에서 '화들짝' 들킨 기분이다.

특히  

정직과 사소한 잘못의 사이에서

"우르르 뒤따르는 ..."

'댄 에리얼리'의 작은 '문턱' 에 딱 걸리고 만 것이다.


아예

코를 바닥에 

 쌍코피를 흘리는기분이다.


쌤통이다...





사진:Michelle Kang

글: 옮김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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