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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래스카 (jongabc)

"동창"
03/16/2014 10:03 댓글(4)   |  추천(4)

동창

나와 경수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였다.

뒷산 쌍봉산 사이에는 제법 큰 강이 흐르고 있는데 굽이굽이 돌아가며

흐르는 강이 꼭 ,오징어 다리 같다고 해서 오강이라는 야릇한 이름이

언제부터인지 불리워지게 됐는데, 우리 둘은 늘 그 강에서 멱을 감거나

물놀이를 즐기며, 어린 시절을 대부분 같이 보냈다.

중학교를 올라가서도 같은 학교에 배정을 받게 되었는데 사실 읍내 중학교 라고는

그거 하나 달랑 있으니, 도회지로 유학을 가지 않는바 에야 당연히 같은 학교에

진학 할 수밖에 없었는데, 거의 이년을 같은 반 같은 짝으로 지내게 되니

부모형제 보다 더 친한게 바로 경수라고 말할 수 있었다.

경수 역시 자기 형제들 보다 내가 늘 우선으로 꼽았는데, 그러다보니

성적 호기심을 달래는데도 유일한 지기였다.


머리를 맞대고 낄낄 거리며, 선데이 서울 잡지에 실린 수영복 사진을 보면서

그 당시의 성적인 진화를 겪지 않았나 싶었다.

고등학교를 면으로 가야해서 ,결국 서로 다른 학교로 진학을 했는데,

역시 둘은 늘 지남철처럼 같이 붙어 다니면서, 사춘기를 보냈다.

그러던 중,

2 땐가 어느 여학생을 보고 첫눈에 반해 경수가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뺨을 맞는 일이 있었다.

나나 경수나 실전 경험이 전무 했던터라 여자를 대하는데 있어서 백지나 마찬가지였다.

다음날 경수가 뺨을 맞았다고 나한테 하소연을 하자, 나는 오기가 솟아

내가 대신 그녀의 따귀를 때려서 복수를 해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고는

그녀를 만나러 학교 앞에서 진을 치다가 그 여학생이 교문을 나와 혼자 될 즈음

다가가서 니가 경수의 뺨을 때렸냐면서 , 나도 모르게 여학생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니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길래 , 사람을 무시 하냐면서 지금은 생각도 안 나지만,

아무튼 여러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 붓고는 , 휙 돌아서서 와버렸다.

졸지에 황당한 일을 겪은 그녀는 멍하니 서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만 보았다.

경수에게 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니, 그래도 뺨을 때린건 너무 했다면서

은근히 그녀 편을 드는거였다.


아무튼 그 사건이 있은지 거의 한달 이 흐른 뒤 , 경수의 여동생이 나를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경수의 여동생은 경수와 연년생으로 키가 나보다 한 뼘은 더 커서 내가 올려다 볼 정도였다.

경수의 여동생 경아를 만나니, 뜻밖에 지난번 그 여학생이 같이 나왔다.

나는 속으로 잔뜩 긴장을 하면서, 이거 완전 개망신 당하겠구나 하고 얼굴이 굳었는데

여학생은 의외로 수줍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애궂은 땅만 헤적이고 있었다.

경아는 오빠 두 사람 만나게 해줬으니 난 자리 비켜줄게 서로 오해를 풀어

하면서 쪼르르 달려가고 말았다.

오해라니 무슨 오해란 말인가 내가 뺨 때린 것 밖에 없는데 난감하기만 했다.

그래서 그래도 내가 남자인데 사과부터 해야 정상 일 것 같아서 사과를 했다.

내가 사과를 하자, 오히려 여학생이 아니에요 오빠! 저도 잘못 했어요

이러는게 아닌가 .

나야 지난번에도 말을 이미 놓았으니 반말로 했는데 오빠라고 부르니

이게 무슨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인지 머리 속은 엉망진창으로 변하고 있었다.

경수가 질나쁜 노는 학생인줄 알고 뺨을 때렸다며 나한테 사과를 하는데,

정작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고 경수여야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친구니까 대신 사과 받는 느낌으로 사과를 받아 들였다.

그런데, 여학생이 몸을 비비 꼬면서 하는 말에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오빠 우리 사겨요

난생처음 그것도 여자 쪽에서 먼저 고백을 해 오다니 이게 생시인지 꿈인지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남의 이야기 였을때는 그렇게 부담도 없었고, 거칠 것이 없었는데 이제 내 이야기로

돌아오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완전 여자에게는 쑥맥인 내가 여자에게 고백을 받다니 기분이 정말 하늘을 날아 갈 것만 같았다.

이렇게 해서 우리 둘은 사귀게 되었는데, 본의 아니게 친구의 여자를 가로 챈 것 같아 늘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그 후로는 셋이서 어울려 다니면서 , 허물없이 지내게 됐는데, 내가 군대에 입대할 때 역시

셋이서 같이 훈련소로 출발을 하였다.

일주일 미리 가서 , 셋이서 신나게 놀다가 내 여자 친구를 잘 부탁 한다며 친구에게 넘길때는

마음이 조금 아려 오긴 했었다.

나중에 들으니, 친구와 같이 서울로 상경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고 하는데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친구가 자세히 이야기를 하지 않아 더 이상의 진행사항은 알지 못한채

여자 친구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헤어지게 되었다.

그 후로도 경수와 나는 늘 단짝 이었는데 서로 여자 친구가 생기면 , 같이 놀러 다니는게 아주

자연스러웠다.


여자 친구가 단둘이서만 만나고 싶다면 , 여자 친구를 멀리하고는 결국 헤어짐을 반복 했다.

물론, 내가 사귀었던 여자 친구가 경수가 좋다고 해서 두 사람이 다시 시작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우리는 그런 문제로 심각해 본적은 없었다.

그러면 그러나보다 하고 당연하게 받아 들였던 것 같았다.

물론, 잠을 잔사이지만, 경수와 만나서 두 사람이 잠자리를 같이 해도 질투의 감정이

생기지는 않았다.


남자 친구들 사이에서는 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

서로 원하는 타입의 여자 친구면 , 은근히 서로가 여자 친구를 탐을 내기도 했다.

물론, 셋이서 같이 어울려 잠을 자는 경우는 전혀 없었는데, 아마도 그게 마지노선이 아니었나 싶었다.

최후의 선은 늘 지켰던게 친구 사이의 의리로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한번은 내가 워낙 사랑했던 여인 이었는데, 나와 헤어지자마자 경수와 사귀기 시작했다.

그때가 제일 마음이 심란 했었는데, 그 여자 친구가, 나보다 더 경수에게 잘 해주는걸 보고

내가 정말 사랑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경수와 내가 워낙 친하다보니, 이렇게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지만 여자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어떻게 같이 살을 부대끼며 사랑 한다고 했던 여자가 나도 있는 자리에서 경수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하는걸 보면, 기도 막히고 이해가 제일 안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경수 여자 친구와 내가 사귈 때 에도 상대방 여자 친구가 나를 보고 사랑 한다고

이야기를 해서 겉으로는 좋아 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이해가 안된건 마찬가지 였다.

아마도 그때부터 여자를 믿지 못 했던게 아닌가 싶다.


여자에 대한 불신감이 생기면서 온전히 마음을 다 줄 여자를 만나지 못했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같은 직장내 여직원을 사귀면서 점차 경수와 거리를 두고,

비밀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대학때 사귀었던 여학생들은 지나가는 강물에 불과 했었나 보다.

인생의 여정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면서 자기만의 성을 쌓게되고, 경수와는

간혹 만나 , 지난 이야기 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는 게 전부였다.

경수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나는 아이도 한명 생긴 그 어느날

경수의 전화를 받고 , 실내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얼굴이 불콰해 졌을 때

경수가 자세를 바로 하더니 심각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결혼 5년차인 경수는 아직 아이가 없었는데,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나에게 하나의 제안을 하는 거였다.

경수의 제안을 듣고는 나는 어이도 없고,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제안은 정말 말이 안되는

제안 이었다.

부인의 동의를 얻었냐고 했더니, 이미 두사람은 이야기가 다 되었다고 거듭 나에게

승낙을 요구했지만, 나는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경수를 설득하기에 바빴다.

경수의 경제 사정을 보면, 시험관 아기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보고 살아야 하는데 정말, 이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서 완강히 거절하고 술자리를 박차고 나와 집에서 돌아와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싱숭생숭 하기만 했다.

한달동안, 그 제안이 머릿속 에서 떠나지 않아 , 직장에서 일을 해도 늘 건성건성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아 붕 떠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중 , 다시 경수에게서 연락이 와 자리를 함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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