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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은 정말 한국보다 일본을 좋아하나?
10/23/2013 23:10 댓글(9)   |  추천(8)

미국인은 정말 한국보다 일본을 좋아하나?



일전 어느 블로그에서 미국인들이 한국보다 일본에 대한 더 높은 호감도를 보인다는 주장을 놓고 갑논을박이 벌어졌다. 이런 주제의 글들은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한일 간 국민감정의 대립과 정치외교적 갈등의 문제와도 연결되면서 많은 관심을 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논란의 발단이 된 주장은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만큼 질서의식이 없으며, 일 할 때에는 잔머리만 굴리고 성실치 못하므로 미국인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한국 사람들은 일본인들의 깨끗한 성품과 근면성을 배울 생각보다는 그들을 시기하고 질투만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필자 개인이 경험했던 특수한 사례를 들어 사실을 일반화시키는 오류도 있었다.  


이에 대한 반대의 입장은 우선 일본이 그동안의 경제발전과 빈번한 자연재해 극복의 과정에서 보여준 놀라운 저력에 존경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이웃나라를 침략하고 자행했던 잔혹하고 비 인륜적인 행태를 생각할 때 보다 균형된 시각으로 일본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라 했다. 미국인들이 왜 일본에 대해 호감을 갖는가의 문제와는 다소 동 떨어진 주장이기도 하다.


국가 간에 좋아하고 싫어하는 호감도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무엇보다 동일한 조상으로부터 피를 이어받고 동일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했을 경우 호감도는 높기 마련이다. 미국이 영국, 호주, 캐나다에 친근감을 느끼는 이유이다.


둘째로 어느 나라가 선진된 국가로서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추었을 때 상대방은 높은 호감도를 갖게 된다.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제도와 의료보험제도를 반드시 따라야 할 전범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거론하며 선망하는 경우이다.


셋째로 상대 국가의 훌륭한 상품과 문화를 보고 좋아하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팔렸던 고품질의 일제 자동차와 가전제품, 카메라에 대한 신뢰성이 일본인들에 대한 호감으로 굳어진 측면이 강하다. 또한 한국의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그리고 케이팝과 TV 프로그램 역시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국가 간의 호감도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성격도 강하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미국의 도시마다 재팬센터를 만들어 국가를 홍보한다. 그리고 후진국에 대해서는 개발원조자금(ODA)을 대폭적으로 지원하고 잠재적인 수출시장을 확보한다. 한마디로 일본은 국가 이미지의 제고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로 미국인들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해 높은 호감도를 갖는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은 국가의 규모에서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에 비해 턱 없이 작은 나라이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 내외라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특별한 호감을 가질 이유가 없으며, 그렇다고 특별한 혐오감을 가질 이유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반세기 동안 형성된 미국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한국에 대한 호감도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은 호감이 아니라 일종의 연민의 정이고 관대함이라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불구대천의 원수로 싸웠지만 원자탄 투하로 수십만 명의 인명을 살상한 것에 대한 뉘우침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전후 전폭적으로 일본을 지원하고 경제발전을 이루게 하였다. 반대로 일본은 전쟁 이후 미국을 천황대신으로 믿고 따르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 역시 소련과 대치했던 냉전시대에 미국에게는 나쁜 이미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의 결정적인 형성은 승승장구 발전했던 일본의 경제에 큰 원인이 있다. 1980년대 말까지 미국은 불황인 반면 일본은 호황을 누릴 때 미국에서는 일본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일본의 신비한 경제시스템은 물론 일본의 문화와 정원가꾸기까지 배우자는 것이었다. 특히 비효율적인 종신고용제에서 나타나는 효율성을 배우기 위해 미국의 MBA 코스에는 의례히 일본의 인사관리라는 과목이 있었다.


이제 세월은 많이 바뀌었고 한국은 일본만큼의 소득수준을 따라잡고 있으며,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도 성숙한 사회가 되었다.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미국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고 필수품이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연설에서 한국의 교육수준과 의료제도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싸이의 열풍과 낭자군단으로 일컬어지는 한국 여성골퍼들은 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내가 아는 미국인은 ‘불멸의 이순신’을 세 번이나 보고 이번 여름 한국의 남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일본인이 한국 사람보다 질서를 잘 지키고 청결하며 성실하다는 것도 과거의 이야기일 것이다. 질서란 모름지기 살기 어렵고 힘들 땐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양심보다 배고픔이 앞서기 때문이다. 중국과 한국을 특별히 일본과 비교하여 욕할 일이 아니다. 현재 한국인은 일본 사람만큼 청결의식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주말 북한산 도봉산을 그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해도 휴지조각 하나 버려진 것이 없다. 한국 사람은 세계에서 최장시간을 일하므로 성실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인의 일본에 대한 현재의 호감도는 한국보다 높다. 이태 전 갤럽조사에서 일본은 캐나다, 호주, 영국, 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미국이 선호하는 국가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국가별 호감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선망도가 예전만 못하고,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는 부도덕성이 지적되면서 일본의 이중적인 국가성격에 미국인들은 날 선 비판을 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미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일본에 대한 호감도를 능가할 지도 모른다. 이는 마치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의 소나타와 토요타의 캠리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성능과 연비, 고장률, 아프터서비스 등 모든 측면에서 소나타는 캠리에 필적하고 있지만 소나타는 상대적으로 지명도와 이미지가 낮아 캠리보다 싼 가격에 팔린다. 오랜 시간 캠리는 좋은 이미지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소나타의 진가를 알게 되듯이 한국인들의 진면목이 미국인들에게 알려질 것으로 본다.


한국은 마땅히 반일보다 극일을 해야 한다. 일본을 시기하고 질투하기보다는 그들에게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 사람은 잔머리나 굴리고 질서의식이 없다며 자기를 스스로 낮추어서 비하하는 것도 금물이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저서에서 ‘서구에는 이론과 지식체계로 굳어진 동양에 대한 왜곡된 편견이 있다.’라고 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일본도 한국 사람들을 ‘조센징’이라 비하하면서 게으르고, 불결하고, 성실하지 못하다고 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서구의 사고방식을 동양 사람이 채택하여 스스로를 비하하는 경우이다. 일본사람들이 주장했던 대로 스스로 불결하고 게으르다고 누워서 침을 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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