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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동메달과 병역면제
08/14/2012 23:08 댓글(8)   |  추천(4)

축구의 동메달과 병역면제


런던 올림픽이 끝났다. 이로서 TV 앞에서 희노애락에 어쩔 줄 모르던 나의 생활도 끝났다. 한국인으로 TV 시청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동메달이 걸린 축구의 한일전이었다. 나는 차라리 우리는 브라질에 지고 일본은 멕시코에 져서, 결국 한일전이 벌어졌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국가대표의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으면 과거 모든 추억들이 중첩되어 떠오른다. 70년대 무언가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호주나 이스라엘에 항상 지기만 하던 경기에서부터 한일 월드컵 당시의 광란과 신바람도 생각난다. 신촌의 하숙집 안방에서 함께 소리 지르며 안타까워하던 20대 초반의 하숙동료들도 생각난다.


이번 올림픽의 한일전 예상은 일본이 우세한 것으로 점쳐졌다. 일본은 정교한 패스를 바탕으로 중원부터 게임을 만들어 가는 우수한 팀이라는 것이었다. 한편 한국은 투지는 있으나 골 결정력이 아예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우리 선수들은 브라질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종횡무진하였다. 경고를 많이 받은 만큼 우리 선수들은 의욕이 넘쳤고, 네다섯의 수비를 희롱하듯 제치면서 정확하게 차 넣는 골은 호나우도나 메시, 그리고 과거의 펠레의 기술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었다.


미국 싸커채널의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거듭하여 한국이 우세한 경기를 펼치는 요인과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일전은 라이벌전이고 한국인들은 일본에게 질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강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에 이겨 동메달이라도 따면 해당선수 전원이 병역면제를 받는다고 했다. 병역면제는 프로 선수의 경우 엄청난 화폐가치의 동기부여가 된다고 하였다. 나중에는 우리가 경기에 이기는 유일한 이유가 병역면제 혜택인 듯 해설했다.


나는 이러한 해설에 대해 심기가 여러 번 불편했다. 체제의 우월성을 애써 과시하기 위해 전폭적으로 스포츠에 전력투구하는 과거 소련, 동독, 쿠바와 같은 공산국가들과 비교되는 듯 하여 기분이 상했던 것이다.


또한 경기가 끝나고 대서특필되는 도하 각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보면서 나는 애국심 고취와 국민적 일체감 조성의 차원에서 큰 우려를 금치 못했다. ‘병역면제에 두둑한 포상금’, ‘군대가 면제돼 무척 행복하다’, ‘병역면제에 빅리그 러브콜까지’, ‘백업 수비수까지 병역면제’ 등이 그 헤드라인이다.


축구선수들이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민들에게 행복감과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무형의 효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들에게 병역을 면제해 준다는 것은 최소한의 보상이며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메달을 따고 군대면제를 받는다는 지나친 축제 분위기의 이면에는 군대생활은 백해무익의 시간낭비이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젊은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이미 군대에 가 있는 장병들에게는 재능과 재수가 없어 불가피하게 군대생활을 하고 있다는 참지 못할 자괴감을 들게 할 것이다.


선량한 시민, 양식 있는 국민에게는 스스로 우러나는 애국심이 있어야 한다. 군대에 가는 것을 마땅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애국심이란 국민 각자의 정체성을 확립을 위해서도, 국가의 안보와 장기적인 번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애국심 고취에는 국가가 앞장서고, 여론선도의 기능을 가진 주력 언론들이 분위기 조성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화려한 골에 열광하고 병역면제의 특혜를 주면서, 또한 도하 언론들이 단순하게 부화뇌동하면서,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우리 군대의 사기와 젊은이들의 애국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찬찬히 따져 볼 일이다.


축제의 한 가운데서 무엇인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는 것은 나 혼자만의 감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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