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 구슬 놀이
  • 구슬 놀이 (jaeok9876)

미국은 로마를 닮아 가나?
07/23/2012 01:07 댓글(0)   |  추천(2)
 

로마제국의 멸망


최근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 로마 세계의 종언’을 읽었다. 이 책은 친절하게 그림과 도표, 지도를 곁들이고, 이야기를 에피소드 중심으로 역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역사에 문외한인 일반인들도 별 어려움 없이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로마제국의 멸망은 언제, 어디에서도, 그리고 누구에게도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사적 주제이자 담론의 대상이다. 그것은 영원불멸할 것 같던 대제국이 쇠락의 과정을 거쳐 멸망하는, 일견 불가사의해 보이는 역사적 사실에 누구나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로마제국의 멸망은 크고 작은 모든 조직, 또는 국가의 흥망성쇠에 크나 큰 시사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마만큼 오랜 세월을 두고 토론과 대화에서 인용되는 국가도 없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제한적인 자료에 입각하고,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인용하여 미흡하나마 로마의 멸망과 그 과정에 관한 주관적 입장을 피력하고자 한다.


멸망의 배경과 원인


E.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역사의 성격을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규정하였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설명함에 있어, 역사가는 자신의 역사관과 판단에 따라 역사적인 자료, 즉 사료(史料)를 취사선택하고, 그러한 역사적 자료를 현재의 자신의 입장과 관점에서 다시 해석해 낸다는 뜻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듯 로마가 왜 멸망했는가의 원인을 규명함에 있어, 다양한 역사가가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수많은 학설이 난립하고 있다. 그러나 로마는 일부 우연하고 우발적인 사건에 따라 멸망한 것이 아니고, 장기에 걸쳐 필연적이고 추세적인 요인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멸망했다는 논지에 역사가들은 대체로 동의하는 듯하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멸망하지 않았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주장인 것이다.


토인비에 따르면 로마제국은 태생적으로 정부의 조직과 운영체제가 그 성격상 비효율적이었음은 물론, 부패성을 크게 드러내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기번은 로마 시민의 애국심과 도덕성의 상실, 기독교의 현세보다는 내세를 중시하는 현실 문제에 소극적인 교리가 로마멸망의 주된 원인이라 지적하였다.


한편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책에서 폴 케네디는 강대국의 경우 경제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 선 국가의 확장과 군사활동으로 대부분 몰락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의 미국에 주는 경고이기도 하지만, 로마멸망의 경우에도 적절히 적용될 수 있는 역사이론임에 틀림이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로마 멸망의 원인과 배경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제시되고 있다.


1) 공화정에서 왕정체제로의 전환 :

   독재로 인한 자유로운 언로의 차단과 사회적인 탄력성 상실

2) 대규모 관료, 군사체제 :

   영토의 확장과 빈번한 전쟁으로 막대한 재정지출을 초래, 이는 과중한 과세로 연결되어 소작농과 도시민 등 중산층이 몰락하고 경제체제가 붕괴.

3) 게르만 민족의 침입과 용병제도 :

   적은 인구로 대규모 군사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용병제도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음. 즉, 게르만 등 야만인들을 로마의 군인, 또는 장군으로 임명하여 게르만 침입에 대응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정책이 불가피함. 이들은 로마시민보다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 결국은 군대의 질과 사기를 저하시킴.

4) 직업과 신분의 고착화 :

   노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농업생산은 수확체감의 원칙과 창의성 부족으로 생산성이 크게 저하되기 시작함. 또한 노동을 천시하는 풍조가 만연되고, 계층 간의 이동성이 제한됨으로서 자유로운 경제흐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함.


이상에서 로마가 최대로 영토를 확장했던 소위 팍스 로마나 시대 이후에는 로마 자체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그 체제가 쇠약해지면서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즉, 적은 인구와 비효율적인 경제체제가 대규모 제국의 영화를 담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기독교와 로마의 멸망


기번은 ‘로마제국의 쇠망사’에서 특히 로마가 기독교를 채택했던 사실이 로마가 멸망하는데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기독교는 그 성격상 내세의 구원에만 관심이 있으며, 현실적이고 속세적인 문제는 등한시하여 부국강병에는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의 기독교는 또 다른 가공할만한 권력체로서 사회적인 부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역사적으로 만만치 않은 바, 과연 기독교가 국가의 멸망에 원인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가설은 신중히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한다.


기독교란 유일신을 믿는 종교인만큼 이교도를 포용, 수용하는데 너그러움이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따라서 기독교 국가는 종교라는 명목으로 전쟁을 빈번히 수행해 왔으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국방을 튼튼히 해 왔음은 물론이다.


시대가 바뀌기는 했지만,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에서 기독교가 자본주의와 국가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내세와 현세가 신의 뜻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는 예정설과 소명설을 믿으며, 성실하고 열심히 노동과 직업에 임하는 것이 신의 부름에 답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소명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그를 통해 얻어지는 이윤을 금욕주의를 통해 축적하게 되는데, 이는 자본주의 정신의 핵심으로서 경제와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한편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마태복음 5장)’라는 의미는 불교에서 모든 세속적인 미혹과 망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닦는데 힘쓰라는 말씀과 유사하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세간에서의 욕망, 지식,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져 오로지 신을 믿고, 신의 말씀을 이웃에 전파하는 데에 매진하는 자를 일컫는다. 물욕에만 어두운 부자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지는 것만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비유는 바로 이런 맥락이다. 이러한 가르침이 로마시대에 일반화되고, 이것이 로마를 무기력하게 하는데 일조했던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로마의 멸망을 잠시 생각하면서 ‘국가, 기업 등 어떠한 조직이든 합리적인 절제가 필요하다’는 케네디의 결론에 전적으로 수긍하게 된다. 상응하는 내부적 힘이 결여된 외형적 팽창과 허장성세는 언제가 파멸을 가져온다는 사실은 개개인에게도 해당되는 진리일 것이다. 나는 지금 미국에 살면서 현재의 미국이 그 옛날 사양기의 로마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할 때가 많다. 경제의 파탄, 심각한 수준의 정부부채, 과도한 전쟁개입, 시민의식과 도덕성의 상실, 이민족의 고위층으로의 등장, 등이 바로 로마제국과 비슷하다.


미국의 무신론자들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젊은이들은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한다. 이러한 현상이 기번의 이론에 따라 미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 베버의 이론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 어떤 영향이 더 클 것인지가 대단히 궁금하다.

           

 

고전/인문사회 카테고리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