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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
09/29/2011 23:09 댓글(0)   |  추천(0)
산길에서 아내를 오줌 뉘인 적이 있나요?

자꾸만 새삼스럽게 부끄러워하는 그녀가 귀엽기도하고, 뿌듯하게 보호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들고, 그랬지 않았나요?
아무리 돌아 들어간 곳이라도 누가 올까 긴장도 되면서 말입니다.

오줌을 뉘일 때만큼 아내가 어린이처럼 착해지는 때가 없었습니다. 내 경험으론....


내외 / 윤성학


결혼 전 내 여자와 산에 오른 적이 있다

조붓한 산길을 오붓이 오르다가

그녀가 나를 보채기 시작했는데

산길에서 만난 요의(尿意)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가혹한 모양이었다

결국 내가 이끄는 대로 산길을 벗어나

숲 속으로 따라 들어왔다

어딘가 자신을 가릴 곳을 찾다가

적당한 바위틈을 찾아 몸을 숨겼다

나를 바위 뒤편에 세워둔 채

거기 있어 이리 오면 안 돼

아니 멀리 멀리 가지 말고

안 돼 딱 거기 서서 누가 오나 봐봐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에 서서

그녀가 감추고 싶은 곳을 나는 들여다보고 싶고

그녀는 보여줄 수 없으면서도

아예 멀리 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고

그 거리, 1cm도 멀어지거나 가까워지지 않는

그 간극 바위를 사이에 두고

세상의 안팎이 시원하게 내통(內通)하기 적당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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