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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밭
09/26/2011 23:09 댓글(0)   |  추천(0)

‘개똥밭’  구상


개똥이네 할아버지가

개똥밭에 

똥을 한 삼테기

주워다 쏟는다.


수수전 같은 소똥,

국화만두 같은 말똥,

조개탄 같은 돼지똥,

생굴 같은 닭똥,

검정콩 토끼똥,

분꽃씨 쥐똥,

염소똥, 당나귀똥, 여우똥,

똥이란 똥이

온 밭에 널려 있다.


개똥이가 생선 밸 같은

코를 훌쩍이며

쭐레쭐레 나와

보리밥풀이 말라붙은

잿빛 가랑이 바지를 짝 벌리고

진달래꽃빛 엉덩이를 훌쩍 까고선

끙끙 안간힘을 쓰며 똥을 눈다.


누렁이도 쫄래쫄래 쫓아나와

똥누릉지와 똥부스럼딱지가

다닥다닥 붙은 밭고랑을

반지르한 코를 쿵쿵대고 다니면서

찔끔찔끔 진오줌을 싸고

뿌지직 뿌지직 된똥을 깔기고선

이번엔 꼬리를 치며 달려와

개똥이 엉덩짝을 핥으려 든다.


개똥이는 똥구멍을 하늘로 치켜 올리고

똥통에 빠졌다 나와 뻗어 있는

성에 낀 막대기를 주워서

가랑이 밑으로 휘휘 흔들며

이 개, 이 개, 몰아 쫓는다.


그리고 늘어진 고개를 들어서 젖히곤

북쪽 하늘 울타리에 아직도 걸린

푸른 스무날 달을 바라다보다

지난해 여름, 그 꿀맛 같던

개똥참외를 머리에 그리고

천둥배탈이 나서 벼락설사를 하던

그 지랄 같던 추억에 이르러서는

설레설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이번 참에 한 개, 두 개, 세 개,

요렇게만 먹어야지! 중얼대며

막대 쥔 손으로 왼손가락을 눌러가더니

야금야금 두 손가락을 모조리 꼽고 만다.

마주 보이는 뒷산

함성을 지르듯 활짝 핀 개살구나무!

가지에서 가지로 오르내리는

까치 한 마리가

흰 버러지 같은 똥을 삘삘 싸며

혼자 재밌어 캑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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