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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계 사회
09/09/2011 18:09 댓글(5)   |  추천(0)

모계 사회


시대가 바뀌면서 분명하게 모계사회가 도래했다. 모든 가족행사가 처갓집 중심이고, 이모 형제들끼리의 스케줄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아이들은 이종사촌은 제 친형제인줄 알고, 친사촌은 몇 학년인지도 모르고, 시집장가 간지도 모른다. 지나칠 정도로 여자들 중심의 분위기이다.


모계 중심의 사회에서 ‘언니’는 ‘오빠’보다, ‘이모’는 ‘고모’보다 살갑고 따듯하게 느껴지는 호칭이다.


술집 아줌마를 언니라 부르던 것이 생각난다. 언니라는 호칭에 아줌마는 삽겹살도 같은 값에 더 많이 주었다. 언제 언니가 다시 이모로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이모를 경배하라 / 이영혜


“<급구> 주방 이모 구함”

자주 가는 고깃집에서 애타게 이모를 찾고 있다

고모(姑母)는 아니고 반드시 이모(姨母)다


언제부턴가 아줌마가 사라진 자리에

이모가 등장했다

시장에서도, 음식점에서도, 병원에서도

이모가 대세다

단군자손의 모계가 다 한 피로 섞여

외족, 처족이 되었다는 말인지

그러고 보니 두 동생들 집 어린 조카들도 모두

늙수그레한 육아도우미의 꽁무니를

이모 이모하며 따라다닌다

이모(姨母)란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일컫는 말이니

분명 이모는 난데

이모(二母), 이모(異母), 이모(易母)?


그렇다면 신모계사회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것인데?

“이모, 여기 참이슬 한 병”을 외치는 도시유목민,

저 사내들의 눈빛이 처연하다

왁자지껄, 연기 자욱한 삼겹살집은 언제나

모계씨족사회의 한마당 축제날

젖통 출렁이며 가위를 휘두르고 뛰어다니는

절대 권력의 저 여전사,

싱싱한 사냥감을 토기 가득 담아내올 것 같아

나도 한 번

“이모 여기요”하고 손을 들어본다

바야흐로 여족장의 평화로운 치세가 시작되었다

이모를 경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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