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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07/29/2011 19:07 댓글(0)   |  추천(0)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



한 때 한국에서도 신고전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세간에 풍미되면서, 자유방임에 가깝도록 정부의 역할과 규모를 최소화하자는 주장이 드셌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정부의 규제를 철폐할 경우 경제성장률을 최소한 2~3% 이상 추가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다.


이때에 유행한 말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광고 카피와 같은 말이다. 철학적이기까지 한 이와 같은 주장은 핸드폰도 사람도 작은 것이 좋다고 패러디 되었다. 아가씨도 한 아름에 안을 수 있는 아담한 여자가 좋고, 남자의 소지품도 기능은 대추 방망이처럼 강하되 우악스럽게 크지 않은 것이 훨씬 좋다고 하였다.


작은 것이 아름답고 인간적이며 지속가능(sustainable)한 방식이라는 주장은 영국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Ernst Schumacher)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인류가 추구해 온 과학기술과 기계문명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대량생산과 왜곡된 과다소비의 행태에 따라 인간 노동의 신성성이 상실됨은 물론 생태계와 환경의 파괴, 재생불가능 자원의 고갈 등의 심각한 문제가 초래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소규모 지역에 국한된 자급자족의 경제체제를 수립하고 ‘중간기술’을 채택하여 노동의 가치를 되찾고 완전고용의 상태를 유지할 것을 제안하였다. 여기서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이란 대량생산에 적합한 기술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중간이라는 뜻으로서 그의 책제목에서 작은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케인즈와의 인연


슈마허는 2차 대전 전 히틀러 치하에서 살기를 거부하고 영국으로 건너와 상당 기간 농장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는 독일인이었으므로 전쟁이 발발하자 수용소에 감금되었는데, 그곳에서 ‘다각적인 결제(multilateral clearing)'라는 논문을 썼다. 이 논문은 당시 경제학계의 별이라 할 수 있는 케인즈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후 케인즈는 슈마허를 수용소에서 석방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옥스퍼드 대학에서 로즈 장학생으로 연구를 하도록 주선하였다.


슈마허의 다각청산에 관한 논문은 케인즈가 국제청산위원회 계획(Plan for an International Clearing Union)에 관한 백서를 작성할 때 원문 그대로를 글자 하나 틀리지 않게 실었을 정도로 뛰어난 것이었다. 케인즈는 보기 드문 표절행위를 저지른 것이었다.


슈마허의 경제학


슈마허 경제학의 근저에는 다분히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색채가 깔려 있다. 그는 버마를 방문하여 불교의 영향을 받고 우주의 만물이 서로 의존하며 함께 존재한다는 일체동체(一切同體)의 진리를 깨달았다. 이에 따라 경제개발은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는 기독교의 주장대로 인간은 신의 목적에 따라 인생을 거처 가는 ‘여행의 순례자(a pilgrim on a journey)'라는 사실을 믿음에 따라, 인간에 의한 정치, 경제, 예술 등의 행위는 인간 존재의 가치를 고양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프로이드, 마르크스, 그리고 아인스타인에 의해 인간은 절대적인 기준이 없이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프로이드의 본능적 욕구인 이드(id), 마르크스의 남(유산계급)에게 책임 떠넘기기,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이 인간의 이기적 행동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불교경제학이라 불리는 경제논리에서 노동이 단순히 여가와 안락을 위한 희생이 아니며, 임금은 일반적인 생산 비목 중의 하나가 아니라고 하였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능력개발에 따른 성취욕을 느끼며, 공동작업의 참여를 통해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의미하고, 신경을 자극하고, 바보처럼 보이게 하는 대량생산 체제에서처럼 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죄악이자 범죄행위라 하였다. 


이러한 사상에 입각하여 슈마허는 최종적으로 ‘적절한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중심으로 한 완전고용 형태의 경제체제가 도입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대량생산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경제의 운영 및 개발의 기준을 지방의 작은 행정단위로 하자는 것이 그의 첫 번째 주장이다. 소단위 개발단위가 설정되면 그에 알맞은 생산방식이 결정되고 해당 지역의 값싼 자원을 이용하여 환경친화적으로 생산은 이루어진다. 이때 기계화 자동화에 따라 실업상태에 있던 노동력은 모두 사용하게 되어 완전고용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또한 사람들은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현대기술에 의한 대량생산에 비교하여 중간규모(Intermediate Size)의 생산형태에 알맞은 기술이 ’적절한 기술(Appropriate Technology) 또는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을 뜻하는 것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영향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성장의 후기 단계에 진입하면서 환경과 인권 문제가 경제개발 이상으로 국가의 현안이 되었다. 계량적인 측면보다 경제성장의 질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동시에 민주화와 함께 비정부기구(NGO)의 활성화로 환경단체가 적극적인 활동하게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슈마허는 환경보호와 지역사회 보존을 주창하는 단체와 사람들에게 이론적, 정신적 대부가 되었다.


학술적으로는 슈마허 유의 주장에 따라 환경의 문제가 제도권 경제학으로 흡수되어 전통적인 모형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해결되는 과정에 있다. 환경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내부화(internalization)시키는 모형을 개발한 것이다. 또한 환경문제와 관련된 시장실패를 정부의 세금과 보조를 통해 시정하고자 하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Ernst Schum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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