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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07/25/2011 15:07 댓글(0)   |  추천(1)
 

학문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 과학혁명의 구조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용어는 1980-90년대 한국에서 크게 풍미했던 말이다. 대선 후보는 참모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해 보시오’, 기업의 CEO는 부하들에게 ‘판매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보게나’, 장차관은 관련 국과장에게 ‘정책의 기본 틀을 새롭게 짜 보시오’라고 주문하면서 곁들여 패러다임 변화라는 말을 곁들여 사용하였다.


일반적으로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에 사회전체가 공유하고 공감하는 사고의 틀이나 사물에 대한 인식체계, 또는 사회적 믿음과 관습을 뜻한다. 우리는 이러한 패러다임이라는 가치판단의 기준에 따라 정치를 하고 사업을 하며 학문을 하고 일상생활을 해 나간다.


이러한 유행어를 퍼뜨린 사람은 공교롭게도 당초 물리학을 전공했으나 이후 과학사학자로 변모했던 토마스 쿤(Thomas Kuhn)이었다. 그는 과학의 발전과정을 연구하면서 과학이란 선형적이고 누적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시점에서 지진이 일어나듯 기존의 이론을 전면 대체하는 새로운 이론이 출현하면서 발전한다고 했다.


쿤의 주장은 과학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문학 분야에도 유사한 개념이 도입되면서 사고방식의 수정이나, 학문의 진보발전 그 자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또한 문화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원용되면서 20세기 후반부터 대표적 문명관으로 자리 잡았다.


과학혁명의 구조


토마스 쿤은 하버드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동 대학 총장의 권유에 따라 물리학보다는 과학사를 연구하고 가르쳤다. 이후 유씨 버클리 대학으로 옮긴 그는 1962년 학문의 발전과 방법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를 출간하였다.


그는 과학은 대체적으로 3개의 단계를 걸쳐 발전한다고 했다. 어느 시대에나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학문의 패러다임이 존재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하에서 대부분의 학자는 마치 미리 정해진 틀에 따라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이 중심이 되는 패러다임을 보강하고 확장시키게 된다. 과학자들은 해당 패러다임을 떠나서 연구를 수행할 꿈도 꾸지 않는다. 이처럼 철옹성같이 구축된 기존의 과학이론과 과학수행 체계가 ‘정상과학(Normal Science)'의 상태이다. 여기서 정상이란 의미는 예외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가 허용되지 않는 관행적이고 구태의연한 과학의 방법론을 의미한다 하겠다. 정상과학의 상태는 일정 기간 지속되는 것이다.


정상과학의 상태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과 결과가 나타나며 패러다임의 불안정성이 현저해 지는 것이 과학발전의 두 번째 단계이다. 위기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기존의 이론을 수정, 보완하는 활동에 임하지만, 일부 천재적인 과학자의 예지와 통찰(prescience, foresight, or intuition)에 의해 기존의 것을 완전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된다.


마지막 단계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설정되면 과거의 과학적 이론과 결과, 그리고 정상과학의 상태에서 설명되지 못한 결과들이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 통합되어 설명되어 진다. 그리고는 새로운 정상과학의 상태가 다시 일정기간 지속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학에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비판


과학이 과학혁명의 구조에 의해 발전한다고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은 하늘에서 난 데 없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근까지의 학문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헤겔의 변증법에서처럼 정(正)에서 모순이 발견되고, 반(反)이 제시되며, 최종적으로 양자의 성격을 절충한 합(合)이 이루어져 세상은 발전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과학이 비선형적이고 비누적적으로 발전한다는 주장은 옳지 못하다.


쿤의 주장 중 두드러진 것은 새롭게 제시된 패러다임이 반드시 옳을 수는 없는 것이며, 또한 패러다임 간의 우월성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진리인 패러다임은 없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끊임없이 대체되는 과학에 발전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쿤은 자신의 패러다임에 대한 상대적인 입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논리로 재반박하였다. 그는 연구결과에 따라 이론을 선택할 때 통상적으로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의 선택기준이 적용된다 하였다.


 1) 정확성(Accurate) ; 실험과 관측의 실증적인 적합성

 2) 일관성(Consistent) ; 내부적으로, 그리고 외부적으로 기타 이론과의 비모순성

 3) 광범위성(Broad Scope) ; 이론의 적용 가능성이 광범위해야 함.

 4) 단순성(Simple) ; 이론이 단순명료해야 함.

 5) 성과성(Fruitful) ;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함.


2명의 과학자가 위와 같은 이론의 선택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했다고 해도 사람마다 각 기준에 대한 평가와 고려도는 주관적인 것으로서 상이하므로 이론 선택의 결과도 상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100% 객관적이고 완벽한 이론일 수 없으며 항상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개재되어 진리로부터 벗어나게 된다고 하였다.


하여간, 쿤의 패러다임 대체와 과학혁명의 사상은 이후 사회과학과 일상사에도 광범위하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고, 식자깨나 들어 있을 듯한 사람들은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 시절도 있었다.


 

토마스 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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