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 구슬 놀이
  • 구슬 놀이 (jaeok9876)

케이시 앤서니의 무죄판결
07/07/2011 20:07 댓글(3)   |  추천(5)

지금 미국에서 사람들은 새삼스럽게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 따라서 무죄다’라는 ‘오제이 심슨 살인사건’의 판결문을 상기하며 되뇌고 있다. 20대 백인의 미혼모가 2살짜리 자신의 딸을 살해했을 것으로 90% 이상 추정되지만, 살해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라고 판결을 받은 것이다.


케이시 앤서니(Casey Anthony)라는 백인 여자는 19세에 어느 남자를 만나 딸, 케일리(Caylee)를 불장난같이 낳았다. 케이시는 카드의 사용한도를 초과하여 쇼핑을 하고 이 남자 저 남자를 무분별하게 만나는 품행이 온전치 못한 나이트크럽의 종업원이었다. 또한 그녀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오빠로부터 성적인 학대를 받았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해체된 가정(dysfunctional family)에서 자라면서 무질서하고 무규율한 성격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시는 딸을 친정집에서 키웠는데 2008년 6월 16일을 마지막으로 실종되었다. 실종 이후 한 달이 되도록 케이시는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고 그녀는 무질서하고 방탕한 생활을 계속하였다. 드디어 케이시의 어머니 씬디는 대신 경찰에 손녀의 실종을 신고했다. 당시 씬디는 케이시의 차에서 시체의 썪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케일리의 시체는 실종 이후 6개월 만에 케이시의 집 근처의 숲속에서 발견되었다. 케일리의 입과 코는 하트 모양의 스티커가 부착된 공업용 테이프(duck tape)로 봉쇄되어 있었으며, 부검 결과 질식사로 판명되었다. 시체는 부패가 심하여 자세한 형태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후 케이시가 딸을 살해했다는 증거로서 클로로포름(chloroform; 일종의 마취제로서 자살이나 타살 시 고통을 줄여 준다함)의 흔적이 케이시의 차에서 발견되고, 케이시가 사용하는 컴퓨터에서는 ‘클로로포름을 제조하는 방법’과 같은 검색용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1급 살인혐의와 아동학대의 혐의에 확신을 가지고 캐이시를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최종적인 심리에서 검찰은 케이시가 개인적인 생활의 자유를 얻기 위해 케일리를 클로로포름을 사용하여 살해하고 입과 코를 테이프로 봉해 숲속에 유기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변호인 측은 케일리는 우발적으로 집 뒤뜰에 있는 수영장에서 익사했다고 주장하였다. 케이시의 아버지 조지는 손녀가 익사하자 당황하여 사건을 단순히 은폐했다고 진술했다.


케이시의 유무죄 여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근거와 증거는 케일리의 입에 누가 덕테이프를 붙여서 질식사하게 했는가이다. 또한 수영장에서 익사한 후 데이프를 붙여 시신을 버렸다면, 시신으로부터 어떻게 익사의 사실을 찾아낼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6개월 이후 발견된 케일리의 시체는 너무도 부패하여 범인의 지문이나 DNA 흔적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검찰은 케이시가 심문과정에서 여러 차례 위증하고 비도덕으로 재판에 임한 점을 강조한다면 배심원들이 그녀를 유죄로 판정할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그쳤다.


최종적으로 케이시는 재판과정에서의 몇 가지 거짓말에 대해서만 4년 징역형을 받고 살인혐의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배심원들은 정황적 증거(circumstantial evidence)만 있지, 충분하고 결정적인 증거(direct enough evidence)가 없다고 했다. 케이시는 이미 재판 과정에서 3년 이상 체포, 구금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기간이 감옥살이로 인정된다면 즉시 감옥에서 풀려날 것이라 한다.            


케이시의 무죄판결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 상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법률시스템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심지어는 아동의 실종 시 신속하게 신고해야 한다는 법을 제정하도록 청원운동을 벌리고 있다.


최근 케이시의 최종판결이 가까워지면서 주요 방송사와 신문들은 연일 사건을 대서특필하거나 재판현황을 중계하기도 하였다. 일반인들의 사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언론이 케일리에 대한 동정심으로 케이시에 대한 유죄를 예단하면서 보도했다고 비판하였다. 따라서 오히려 피해자는 케이시라는 것이었는데, 배심원들의 무죄판결은 객관적이고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케이시 살인사건 의혹과 관련한 재판과정에서 미국 사람들은 미혼모의 문제, 딸을 살해한 부모의 윤리적인 문제, 해체된 가정의 문제, 결정적 증거가 없는 한 무조건 무죄라는 법의 문제, 비전문가로 이루어진 배심원 제도의 문제 등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은 것 같다. 그들은 다만 케이시가 석방되어 각종의 출판사, 언론과 계약을 맺고 그 동안의 뒷 이야기를 하게 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데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천사 같은 아이가 살해되고 증거가 과학적이지 않다, 충분치 않다로 전쟁하듯이 공방을 벌리는 어른들의 위선을 보면서 수많은 비애감을 느낀다. 자식이 바로 죽은 상태에서 몸에 ‘인생은 아름답다(Beautiful Life; Bella Vita)'라고 문신을 하고 몰염치한 행동을 하는 케이시를 보면서 세상 끝을 보는 느낌을 갖는다. 선악을 떠나 누구나 유명인이 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세상과 풍조에 적지 않은 곤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케이시.jpg

판결을 기다리는 케이시 앤서니

 

 

케이시 재판결과.jpg

무죄판결 이후 변호인들과 기뻐하고 감격하는 케이시 앤서니

 

 

케이시 재판 방청객.jpg

 케이시 앤서니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일반 시민들

 

 

케일리.jpg

 살해당한 케이시의 딸 캐밀리

미국의 모습 카테고리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