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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왜 반값인가?
06/11/2011 19:06 댓글(1)   |  추천(1)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려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촛불시위로 번지고 있다니 참으로 착잡한 생각이 든다. 더욱이 등록금 반값 시위가 제3의 6월 항쟁이라 부추기고 있는 야당대표의 발언에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특정 이익집단의 등록금 인하문제가 민주화 항쟁의 뜻과 버금간다는 말인가?


등록금이란 쌀 가격이나 핸드폰 가격처럼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그 가격이 결정되는 교육서비스에 대한 대가이자 가격이다.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자는 주어진 가격 하에서 대학진학의 여부를 결정짓고, 기꺼이 그 가격에 동의하며 가격을 지불한다. 한편 대학교는 특정 시장가격 하에서 나름대로의 시설을 갖추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서비스의 공급량을 결정한다. 이러한 과정에 총체적인 대학교육의 량, 즉 대학생의 숫자와 등록금의 균형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80%를 상회하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대학 진학률 때문이다. 대학의 숫자보다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여전히 많은 것이다. 대학교육의 실용적 목적보다는 유교전통과 선비사상이 남아있는 최고 교육에 대한 지향성과 가치관 때문이다. 대학교육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필요 이상으로 부풀어 있는 상태이다.


다음은 대학의 9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경우 대학예산의 방만한 운영과 낭비, 그리고 높은 등록금 의존도 등에 의해 등록금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국 사립대학의 산업이나 동문, 그리고 재단으로부터의 기여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한국 교수의 평균 연봉은 1억 원을 초과하여 미국 수준에 버금가는 반면 그들의 생산성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한마디로 교육서비스의 공급비용이 높고, 서비스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이 여전히 그 서비스를 수요하고, 대학생이 되고자 하는 것에 비싼 등록금의 원인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옛날의 이중곡가제도와 유사하게 대학교는 현재의 등록금을 정부의 지원 하에 계속 받으면서, 학생들에게는 반값으로 해 주었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가? 모든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보조를 해 주면 정부예산의 압박은 물론 대학생과 납세자,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 정부지원을 절실히 기다리는 또 다른 계층 간의 형평성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게 된다. 대학생 모두에게 무차별하게 보조했을 경우 빈부격차가 있는 대학생간의 형평성도 문제이다. 이는 무차별한 무상급식에 따른 형평성 문제와 유사하다. 또한 등록금이 낮아졌을 경우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여 대학서비스에 대한 초과 수요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재수생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여 인력낭비는 물론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대학생의 과다한 공급 현상이 발생하였다.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부 정보통신 산업과 하이테크 산업, 고급 서비스업을 제외하고는 시장개방과 산업의 해외이전 등으로 대부분의 제조업은 현상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반드시 대학교육과 기술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청년인력의 80%를 차지하는 대학 졸업생은 하향취업을 하거나 실업자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업의 구조변화와는 상관없이, 산업현장에서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고급인력을 양산하고 있다. 엄청난 자원의 낭비라 아니 할 수 없다. 

         

등록금 인하에 따른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학의 등록금(사립대 평균 850만원, 국공립대 평균 470만원)은 미국의 주립대학 등록금을 상회하여 소득수준을 비교했을 때 엄청난 가계의 부담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산업재편에 순응하되 낮은 등록금으로 대학 인력을 길러 내야 할 것이다. 이에 몇 가지의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미국의 경우처럼 국공립 대학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기초과학, 첨단기술, 기초 인문학 교육은 공공성과 함께 경제파급효과가 큰 관계로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현재 국공립대학의 비중 17%를 최소한 배가할 필요가 있다. 국공립대학이라 하여 무조건 등록금을 낮게 책정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소득수준, 학업성취도, 전문 분야 등에 따라 차등을 두어야 한다. 국공립대학이 더 많은 우수학생을 수용할 경우 명문 사립대학은 경영개선에 매진할 것이며, 일부 경쟁력이 없는 한계의 사립대학은 자연히 도태될 것이다.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차원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간여할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교육서비스의 질이나 성격, 등록금 산정 등은 철저히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미국의 아이비리그와 같은 등록금이 비싼 대학도 생겨나야 한다. 사립대학의 경영합리화와 양질의 교육서비스 유도를 위해서는 경쟁체제가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교육의 시장을 큰 폭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 외국 일류대학의 분교를 한국에 허용하여 그들의 경영기법을 배움은 물론 대학경영의 합리화를 통해 기존 사립대학의 등록금 인하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의 문제는 이와 같이 단순하지 않다. 장기간이 소요되고, 인식과 시스템이 바뀌어야 해결될 문제들이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비교가 부끄럽지 않는 소득과 처우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불쑥 제안하거나, 촛불을 들고 아우성친다 해서 풀어질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모가 아니면 도가 아니라, 차선의 대책이라도 묘안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의 전문가들이 고뇌할 사항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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