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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詩集을 들척이는 이유
05/24/2011 12:05 댓글(1)   |  추천(1)

 

잡스가 詩集을 들척이는 이유 / 한호택, IGM 교수

      

- 창의성 자극하고 마케팅에도 도움되는 詩의 호용 -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많은 화젯거리를 남기며 끝났다. 드라마에 나온 옷, 액세서리, 가구는 물론 카메라가 잠깐 스쳐가며 비춘 시집이 순식간에 700권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출판된 지 5년 동안 불과 5권 팔린 시집이라고 하니 기뻐할 소식이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드라마의 조명발을 받아야만 팔리는 시의 현실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나 비즈니스 서적에 비해 시집은 왜 이렇게 안 팔릴까. 시가 실용적이지 않고 비즈니스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미술관을 방문하듯 우연한 기회에 시 한 수 겨우 읽게 된다. 맞다. 시는 실용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무용(無用)하지도 않다. 시를 읽는다고 밥이나 빵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을 깨울 수 있다. 영감, 창의성, 감성 등 잠재돼 있는 정신능력이다. 그리고 이런 능력들이 21세기를 움직이는 핵심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시는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조명돼야 한다.


세계적인 리더 중에는 시에서 영감을 얻는 사람이 많다. 창조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아이디어가 막힐 때마다 시집을 펼쳐든다. 비단 스티브 잡스뿐만이 아니다. 빌 게이츠, 창조도시 두바이를 건설한 셰이크 모하메드,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등 세계적인 지도자, CEO들도 시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들이 시에서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시 자체가 읽는 사람의 다양한 해석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가전제품 설명서처럼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지만 그로 인해 시를 읽는 영혼이 자유롭게 놀고 쉴 수 있다. 노자도덕경에 '그릇이나 방이 쓸모 있는 이유는 거기에 빈 공간이 있기 때문'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가구로 가득찬 집에서 사람은 살지 못한다. 시는 일상의 일들로 꽉 들어찬 영혼의 방을 청소하고 그 안에 살며시 퍼지는 햇살처럼 영감을 자극한다.


시에 풍성하게 들어있는 비유 또한 창의성을 자극한다. 비유법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비유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으로 과장법, 의인법, 직유법, 은유법, 환유법, 제유법 등이 있다. 과장법이나 의인법은 창의성 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브레인스토밍을 만든 오스본(Alex F. Osborn)은 수많은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 일정한 원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스본이 이 원리를 모아 체크리스트를 만들었고, 그의 제자 에이벌(Bob Eberle)이 이를 다시 7가지로 정리해 스캠퍼(SCAMPER)라는 창의적인 사고도구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7가지 원리 중 하나가 '사물을 확대, 축소해 보라'는 것이고, 이는 과장법과 다르지 않다.


사물을 인간처럼 표현하는 의인법도 창의적인 사고도구로 활용돼왔다. 트리즈를 만든 알트슐러는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기계라고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라는 '난쟁이 이론'을 제시했다. 주위를 둘러만 봐도 많은 기계가 인간을 모방해 만들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팔을 모방해 포크레인을, 입과 귀를 모방해 전화기를, 눈을 모방해 CCTV를 만들었고 이제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로봇까지 만들고 있다. 비슷한 성질이나 모양을 가진 두 사물을 '~같이' '~처럼' 등으로 연결해 비유하는 직유법이나 은유법도 창의성을 자극한다.


서부개척시대 미국에서는 나무울타리로 양들을 가뒀는데, 힘이 센 양들이 이 울타리를 부수고 달아나 목동들을 애먹였다. 우연히 어느 양치기소년이 '양들은 덩굴장미가 있는 곳으로는 달아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소년은 철사를 잘라 ‘덩굴장미 줄기처럼 생긴 가시철망’을 만들어 갑부가 됐다. 발명의 역사를 보면 이처럼 사물이 지닌 비슷한 특성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발명품이 많다. 탱크바퀴로 사용되는 캐터필러(caterpillar)는 ‘애벌레’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무엇을 모방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직유법과 은유법은 사물끼리의 연상을 촉진시켜 창의성을 일깨운다. 이렇듯 비유법이 풍부하게 사용되는 특성으로 인해 시를 읽는 동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


보다 직접적인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감성마케팅’이란 말이 있듯 감성 또한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다. 창의성과 더불어 시는 사람의 감성을 직접적으로 자극해 잠재돼 있는 능력을 일깨운다. 필자가 보험회사 영업조직을 맡고 있을 때였다. 세일즈맨들은 숫자에 민감해 다툼이 잦고 실적이 떨어지면 사기마저 떨어져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민 끝에 매주 시 한 수를 메일로 보냈다. 인문학 강좌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삶을 위한 지침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으라

다른 사람의 꿈을 절대 비웃지 말라.

꿈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니까.

사랑은 깊고 열정적으로 하라.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완전한 삶을 사는 유일한 길이다.

위대한 사랑과 위대한 성취는

엄청난 위험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배움을 얻는 일에까지

실패하지는 말라...... (작자 미상)


시 를 적은 다음 '고도원의 아침편지'처럼 그 아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덧붙였다. 시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 해 실적은 우수했고 무엇보다 조직 분위기가 좋아졌다. 지금도 부드러운 방법으로 사기를 높이기 위해 시를 활용하는 지점장이 많다.


시 와 노래는 글자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의 입과 가슴을 통해 전승돼 온 인류의 유산이다. 시에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잠재돼있는 영혼과 꿈과 열망을 일깨우는 힘이 깃들어있다. 베스트셀러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책에 인도네시아 치료사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그 사람을 돕기 위해 4형제가 함께 태어난다고 말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4형제 중 한 명이 시다. 시는 인간을 돕기 위해 자연적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마찬가지로 작용하리라 믿는다.


분주한 거리를 달리다가도 교보에서 건물에 걸어놓은 시를 읽으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기업이미지 차원에서 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시 읽는 CEO'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처럼 시와 영감, 창의성을 연관 지어 설명하는 책들도 호응을 얻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오늘은 서점에 둘러 시집을 꺼내 읽으며 잊었던 기억을 되살려보자.

(조선일보에서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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