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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얽혀있는 세상
05/16/2011 18:05 댓글(0)   |  추천(0)
 

미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는 진화론에서 ‘공생진화 가설’을 주장하였다. 그녀는 이를 통해 적자생존, 자연선택에 따른 다윈의 정통적인 진화론을 수용할 수 없는 이론으로 간주하였다. 당초에 그녀의 공생진화의 이론은 다윈식 진화론이 강한 철옹성으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저널에서도 해당 논문을 게재해 주지 않았다. 


마굴리스에 따르면 우리가 생명의 기본단위라고 간주하는 세포는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가 모여 공생하고 있는 하나의 다발이자 군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로서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동물과 식물의 세포로 각각 들어간 외부조직으로서 숙주 세포와 공생관계를 이루다 정착했다고 한다. 이들 외부조직은 세포핵과는 별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개체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독립된 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되나, 다른 생명체 안에 자리 잡고 주인 세포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나름대로의 생명활동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인 생명체의 입장에서도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를 통해 양분과 에너지를 공급받는 문제를 무난히 해결할 수 있다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왕의 독립적인 생명체들이 무수히 많은 박테리아 내지 외부 물체와 선택적으로 공생을 하고 공생의 형태가 변하면서 동식물의 진화가 면면히 이어져 왔다고 한다.


마굴리스는 박테리아간의 짝짓기에 따라 생명의 문이 열렸으므로 박테리아가 지구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종전의 화석을 근거로 한 진화과정의 설명에서 벗어나, 지구상에 현존하는 세포들의 다양한 양상과 그 내부구조, 즉 박테리아의 공생관계를 관찰함으로써 수십억 년에 걸친 장대한 진화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또한 지구 전체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하는 ‘가이아 가설’의 설정에도 기여하였다. 즉, 생명이란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특정 동물, 식물은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지구와 높이 20km의 대기권 전체’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것이 시스템 생명의 개념이다.


마굴리스에 따른다면 모든 생명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모든 생명에게서 영향을 받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나는 여타 동식물과 동일한 박테리아를 공유하면서 영향을 주고받는다.


세상만사가 서로서로 얽혀있다는 또 다른 주장은 불교의 연기(緣起)의 이치이다. 연기란 만물의 존재 원인과 근거가 자기 자신 안에 있지 않고 외부의 다른 데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떠한 것도 독자성을 갖지 못하고, 상대적, 조건적, 일시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인류전체, 생물전체, 세계전체와 운명적으로 얽혀 영향을 받고 있으며, 나를 존재하게 하는 외부의 원인과 조건이 변함에 따라 나 자신도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마굴리스의 공생이론과 ‘가이아의 가설’은 불교의 연기설과 그 내용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과학과 종교가 약속도 없이 한 곳에서 만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여담으로 말굴리스는 별자리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코스모스’를 저술한 칼 세이건의 아내이다. 그리고 공생이론과 진화론을 내용으로 하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마굴리스 자신과 그녀의 아들 로리언 세이건과 공저한 것이다. 가족 모두가 과학자인 셈이다.

 

모든 것을 떠나 나의 아내와 아들이 어떤 책이든 같이 쓰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토론해 나가는 과정을 무난히 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재미난 상상도 해 본다.  아내는 조급하고 아들은 늘어터져 내내 싸우다가 '관둬라, 이놈아!'하고 끝장일 날 것 같아.....

 

 


린 마굴리스 : 세기의 생물학자가
'멋제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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