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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03/08/2011 01:03 댓글(0)   |  추천(3)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예수의 산상수훈에 신학적 뿌리를 두는 신학자이자 기독교평화주의자였다. 불과 21세에 베를린 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히틀러를 그리스도 이상으로 숭배하는 나치 하의 ‘제국교회’에 반기를 들고 ‘고백교회’를 결성하였다.


그가 가담한 반 나치운동과 히틀러 암살계획이 발각되어 그는 1943년 체포된 후 2년간의 감옥생활을 하고, 1945년 종전을 앞두고 39살의 나이에 처형되었다. 그는 “제 정신을 잃은 운전자가 폭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면, 그 폭주를 멈추게 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히틀러를 암살하려던 배경을 밝혔다. 그가 감옥에 있으면서 가족과 친구에게 보낸 편지는 이후 ‘옥중서간’으로 발행되었다.


본회퍼는 ‘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저술에서 독일교회가 값싼 은혜를 나누어 갖고 있다고 비평했다. 그가 말하는 값싼 은혜란 “죄에 대한 고백이 없는 성만찬, 죄에 대한 회개 없이 용서받을 수 있다는 설교, 회개가 없는 면죄” 등 이라고 하였다. 그는 또한 “값싼 은혜는 헐값의 용서, 헐값의 위로, 헐값의 성만찬이다. 그것은 교회의 무진장한 저장고에서 몰지각한 손으로 생각 없이 무한정 쏟아내는 은혜다”라고 하였다. 그는 십자가와 고난이 없는 신앙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라 샤머니즘에 불과하다고 강조하였다.


본회퍼는 행동하는 신앙인으로서 자기 신앙에 따라 고백한 것들을 실천에 옮긴 신앙고백적인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신앙과 세상을 위한 봉사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그는 신앙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노력하였으며, 개인적 신앙과 정치적 책임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신념하에 히틀러의 암살계획에 가담했던 것이다.


다음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회퍼의 시는 그가 감옥에 있으면서 지은 시이다. 그의 종교적이고 인간적인 성찰과 갈등을 잘 보여주는 시라 할 수 있다.


    

Who am I?


Who am I? They often tell me

I stepped from my cell's confinement

Calmly, cheerfully, firmly,

Like a squire from his county-house.


Who am I? They often tell me

I used to speak to my warders

Freely and friendly and clearly,

As though it were mine to command.


Who am I? They also tell me

I bore the days of misfortune

Equally, smilingly, proudly,

Like one accustomed to win.


Am I then really all that which other men tell of?

Or am I only what I myself know of myself?

Restless and longing and sick, like a bird in a cage,

Struggling for breath, as though hands were

compressing my throat,

Yearning for colors, for flowers, for the voices of birds,

Thirsting for words of kindness, for neighborliness,

Tossing in expectation of great events,

Powerlessly trembling for friends at an infinite distance,

Weary and empty at praying, at thinking, at making,

Faint, and ready to say farewell to it all?


Who am I? This or the other?

Am I one person today and tomorrow another?

Am I both at once? A hypocrite before others,

And before myself a contemptibly woebegone weakling?

Or is something within me still like a beaten army,

Fleeing in disorder from victory already achieved?

Who am I? They mock me, these lonely questions of mine.

Whoever I am, Thou knowest, O God, I am Thine!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들은 내가 성에서 나오는 영주와 같이

침착하고, 활기차고, 단호하게 감방에서

나온다고 종종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은 마치 내가 명령하는 것 같이

간수들에게 자유롭고, 다정하고, 분명하게

이야기 한다고 종종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은 내가 승리에 익숙한 사람처럼

한결같이, 웃으며, 자랑스럽게 불행의 나날들을

견뎌낸다고 종종 말한다.


그렇다면, 남들이 말하는 것 모두가 정말 나인가?

아니면, 나 스스로 아는 내가 단지 나인가?

새장의 새와 같이 불안하고, 그리워하고, 병들고,

마치 손이 목을 조르는 것과 같이, 숨 쉬려고 버둥거리고,

빛깔과 꽃과 새소리를 동경하고,

따스한 말과 이웃사랑을 목말라 하고,

위대한 일에 대한 기대로 뒤척이고,

멀리 있는 친구의 걱정으로 무력하게 가슴이 떨리고,

기도와 생각과 일에 공허하게 지치고,

어지러워, 모든 것들과의 작별이 준비되어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이것인가, 혹은 저것인가?

둘 다인가? 남들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나 자신 앞에서는 가증스럽게 비통해 하는 약골인가?

내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이미 쟁취한 승리로부터

무질서하게 도망치는 패잔병과 같은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와 같은 나의 외로운 질문들이 나를 조롱한다.

내가 누구이든, 오 하나님, 당신은 아십니다.

나는 당신의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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