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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여자가 화장하는가?
12/09/2010 18:12 댓글(0)   |  추천(2)

아내가 오늘따라 화장실에서 오래 나오지 않는다. 머리를 고대하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 북을 돋우고 모양을 만드는가 보다. 아내는 아나운서처럼 대중 앞에 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몰래 만나는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나 화장실 독점에 대해 관대해지로 금방 마음을 고처 먹는다. 그리고 무슨 이유로 여자들은 화장을 하는지에 대해 연구해 보기로 한다.


온갖 동물들은 수컷이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암컷을 유인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최대 숫자의 암컷과 접선하기 위해 소위 바람을 핀다. 사람인 남자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바람기가 있다. 바람기와 관련하여 너무도 구구절절하게 남자의 마음을 정곡을 찔러 표현한 시가 있다(이수익, ‘그리운 악마’).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내 마음도 들키는 것 같다. 


‘리처드 도킨스’라는 동물행동학자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해 동물들의 성선택과 관련한 행태를 유전자의 후대로의 전달과 확산의 원리로 설명하였다. 그의 이론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퍼뜨리려는 단순한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진화의 단위는 생물의 개체(몸)가 아니라 유전자이고, 유전자의 생존이나 증식에 유리하도록 개체와 개체의 행태가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유전자를 증식시키는 과정에서 암컷은 수컷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수컷은 그 반대라 한다. 암컷은 제한적으로 생성되는 난자를 제공해야 함은 물론, 임신과 출산 이후 계속적인 양육을 위해 보다 많은 희생을 해야 한다. 따라서 암컷은 임신과 유전자 증식의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면 수컷은 매우 작고 숫자가 많은 정자를 용이하게 제공할 수 있으므로 수태에 대한 부담이 가볍다. 이에 따라 수컷은 보다 많은 암컷을 만나 값싸게 생산되는 정자를 이용하여 유전자를 최대한 증식시키려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수컷에게 교미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은 금인 셈이다. 하나의 암컷에게 로맨스나 인정에 묶여 머물 수가 없다.


암컷은 교미만 하고 2세에 대한 책임감도 없이 이내 떠나버릴 수 있는 수컷의 이기적인 행태에 대해 나름대로 대응한다. 그것은 교미하기 전에 상대방의 성실성과 진실성을 테스트해 보는 약혼기간을 설정하고 교미를 거부하는 것이다. 암컷은 일종의 시험기간 동안 자신이나 태어날 2세의 성장에 필요한 것들을 수컷에게 여러 가지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약혼기간은 시간낭비에 해당되므로 암컷과 수컷 모두에게 손실이 된다. 특히 수컷에게는 여간한 시간낭비가 아니다.


세상에는 약혼기간을 인내심으로 지키는 동시에 2세의 부양에도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진실한 수컷이 있는 반면, 자기의 유전자를 최대한 증식시키기 위해 교미 이후에는 곧바로 암컷을 떠나는 성질이 급한 바람둥이 수컷이 있을 것이다. 한편 암컷의 경우에는 약혼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교미를 절대로 거부하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요조숙녀형 암컷이 있는 반면, 약혼기간도 필요 없고 교미도 쉽게 허용하는 낙천적이고 성이 헤픈 암컷도 있다.


그렇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는가? 우선 성이 헤픈 암컷의 경우 진실남을 만날 경우 시간낭비 없이 곧바로 2세를 낳아 진실남과 공동으로 자식을 부양하게 되므로 오히려 요조숙녀처럼 행동하고 진실남을 만났을 때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암컷이 재수없이 바람둥이 수컷을 만났을 때는 시간낭비는 없으나, 2세에 대한 양육책임을 혼자서 뒤집어 쓰게 될 것이다. 이른바 독박을 쓰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대개의 암컷은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가급적 요조숙녀형 암컷이 되고자 할 것이다.


바람둥이 수컷의 경우는 어떤가? 약혼기간을 요구하지 않는 성이 헤픈 암컷을 만날 경우 대박을 칠 것이다. 교미 이후 2세의 양육책임은 암컷에게 모두 미루고 곧바로 다른 암컷과 교미함으로서 유전자를 대량으로 번식시킬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둥이 수컷이 요조숙녀형 암컷을 만났을 경우에는 약혼기간을 지키지 못하는 수컷의 성격에 따라 교미도 2세도 없는 맹탕의 결과를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바람둥이 수컷은 성이 헤픈 암컷을 만나 대박을 치기보다는 요조숙녀형 암컷을 만났을 때 허무한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가급적 성실남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행착오와 학습효과가 수없이 되풀이되면 성실한 수컷이 전체 수컷에서 5/8를 차지하고, 요조숙녀형 암컷이 전체 암컷에서 5/6을 차지하는 일부일처제에 근사한 균형점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성이 헤픈 여자보다 바람둥이 남자의 비율이 확실히 많게 된다.  성이 헤픈 암컷의 경우 요행이 진실남을 만나 행복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바람둥이를 만나 독박을 쓰고 쓰라린 인생을 살게 된다. 또한 헤픈 여자를 만나 대박을 치는 바람둥이 수컷도 있겠지만 요조숙녀형 암컷을 쫒아다니며 인생을 탕진하고 헛탕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상의 결과에서 헤픈 암컷에 비해 바람둥이 수컷의 비율이 높은 관계로 한정된 암컷을 유혹하고 교미하기 위해서 수컷들은 화장을 하고 서로 경쟁해야 한다. 성실남을 고집하는 수컷은 예외이긴 하겠지만.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 남자는 왜 여자에 비해 화장을 덜 하고 예뻐질려고 노력하지 않는가?               


이것은 아마도 일부일처제를 중심으로 한 결혼의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헤픈 여자를 만날 가능성도 줄어들고, 설령 헤픈 여자를 만나 바람을 피운다 해도 2세에 대한 양육의 책임을 방기할 수 없도록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힘들여 암컷을 찾아다닐 유인이 없어지고,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게 되었다. 화려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한편 원시사회와는 달리 2세의 양육에 필요한 자원은 대개 남자가 소유하게 되면서 헤프게 교미를 허락했다 해도 양육비용을 보상받게만 된다면 암컷에겐 문제가 없게 되었다. 한마디로 성의 시장은 수컷의 입장에서는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에서 구매자시장(Buyer's market)으로 그 성격이 변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아쉬운 편은 암컷이 되었고, 자원이 풍부한 한정된 수컷을 놓고 경쟁해야 하므로 화려해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추세는 다르다. 대학도 여자의 비율이 높고, 변호사, 의사 등 고수입 전문직종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남성의 물리적인 힘이 필요했던 직종보다는 기술과 지식 집약적인 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성의 진출이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소득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남성으로부터의 양육비 보상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관계로 자원이 많은 남성의 환심을 사기 위한 화장의 필요성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오히려 술 잘 마시고 멋있는 한량의 바람둥이를 더 선호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남자가 다시 화장을 시작하고 제비도 많아질 것이다. 벌써 강남에는 제비가 많다고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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