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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사람보다 개하고 사나?
12/07/2010 18:12 댓글(2)   |  추천(4)

나는 대학이 중심이 되어 형성된 전형적인 대학촌이자 한적한 마을인 데이비스라는 곳에 산다. 대부분의 주민은 대학과 관련된 교수와 교직원, 그리고 학생들이다. 소위 가방끈이 길고 소득이 안정적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관계로 교육열은 높고 마을의 공원, 도서관, 복지시설 등 공공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다. 사람들은 다분히 이념적이고 자존심이 쎈듯 하지만 어딘가 낮에 뜬 달처럼 차갑고 쓸쓸해 보인다.


내가 사는 집 주위로는 5키로 남짓하게 한강 고수부지나 중랑천 자전거 길 같은 산책길이 동네를 돌아오도록 이어져 있다. 이 산책길에서는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가 꾸준하게 걷거나 뛴다. 가벼운 사람들은 대개가 뛰고 비만인 사람들은 대개가 걷는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십중팔구 애완견을 대동했다는 점이다. 인종이 다양한 것처럼 데리고 다니는 개의 종류도 실로 엄청나게 다양하다. 애완견을 길러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 종류와 이름들을 모두 설명할 수가 없다.


웅장하고 우람하게 생긴 독일 세퍼트에서 부터 눈 불뚝이 치와와, 여리디 여린 시츄, 머리통이 전체의 반이 넘는 난쟁이 불독 등이 내가 아는 것들이다. 개중에는 머리와 목까지는 아주 큰 개의 모습이지만 육중한 몸통을 지탱하는 네 다리는 너무 짧아 땅 위를 헤엄치는 듯한 개도 있다. 어떻게 저렇게 잡종교배를 시켜 마치 스핑크스나 인어공주처럼 아래 위를 다르게 만들었을까? 조물주가 만든 개의 모습을 완전히 파괴해 버린듯하여 교배와 관련이 없는 나로서도 죄스럽고 안쓰럽기가 짝이 없다.


나중에 관찰한 결과이긴 하지만 이들이 개들을 데리고 다니는 건 개도 일정하게 운동을 해서 성인병을 방지해야 하며, 개들끼리도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놀이를 해야 하는 사회생활이 필요하기 때문인 듯하다. 산책길 어떤 곳 넓은 공터의 잔디밭에는 왁자지껄 개 주인들과 사람 숫자만큼의 개들이 모인다. 아마도 사람들은 개의 버릇이나, 돌림병, 영양식, 새로 사 입힌 옷 등 개에 관한 정보를 교환할 것이다. 개들은 교육을 잘 받은 아동들처럼 상대방의 종류나 크기에 관계없이 어울려 뛰고 논다.


이들의 개에 관한 애정의 정도도 각별하다. 개는 습관처럼 선선한 공기를 쏘이게 되면 용변을 보게 되는 듯 사방이 쭈구리고 앉거나, 뒷 다리 하나를 처 든 개다. 그러면 주인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리고 아무런 불평도 없는 듯 비닐봉지를 뒤집어 오물을 줍고 다시 뒤집어 들고 간다. 기저귀를 갈면서 아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길들이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는 사람에게 당신의 개가 잘 생겼다고 칭찬을 하면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애완견은 늑대와 여우와 같은 야생의 동물이 가축화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다. 소, 돼지, 닭 등은 인간에게 육식을 제공하는 쪽으로 가축화된 반면, 개는 인간과 보다 친화적인 방향으로 가축화된 것이다. 개가 인간을 따르고 인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소, 돼지와는 달리 특별한 진화론적인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개는 이제 당초의 경비, 사역, 수렵 등의 기능보다는 인간의 고독을 달래주고 삶의 재미를 더해주는 인간의 동반자가 되었다.


개의 주인들은 어떠한 종류의 개이든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옆 집 개의 용모나 족보에 대해 탐내거나 자기 개가 못난 것에 대해 일체의 불평이 없는 듯하다. 나무가 어디든 뿌리를 박고 살게되면 다른 나무를 부러워하지 않고 주어진 복을 최상으로 여겨 한 세상을 사는 것과 같다. 사람들 처럼 취향과 성격이 서로 다름을 탓하지 않는 듯하다. 사람과 개와의 이렇도록 극진하고 다감한 관계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없는가?


일전에 어느 할아버지는 패잔병처럼 쇠잔해져 눈물이 흐르는 작은 개 시츄를 끌고 가고 있었다. 멕시코 국경에 누가 갖다 버린 개를 대피소에서 입양해 왔다는 것이었다. 등이 굽은 사람과 기력이 없이 걷는 개가 너무 흡사하였다. 내가 그렇게 개가 좋으냐 하자, 그 할아버지는 개는 언제나 나에게 충성(Loyalty)을 바치고 애정을 보낸다 했다. 그런 개를 내가 싫어할 수 있는냐 했다.


매사에 선순환과 악순환이라는 것이 있다. 사장이 직원의 봉급을 올려주면 당장은 손해 보는 듯하지만, 봉급이 오르면 직원의 사기와 생산성이 높아져 결국은 사장도 이득을 보게 된다는 것이 선순환의 예이다. 이혼과 헤어짐이 다반사인 요즈음 선순환의 지혜를 배우는 것은 어떤가? 우선 내가 상대방에게 무한한 애정과 희생의 자세를 보임으로써 개팔자 상팔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상대방이 정도 이상의 악인이 아니라면 나의 선순환 노력에 감동받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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