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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이야기
07/20/2018 15:07 댓글(0)   |  추천(4)


니르바나 이야기 / 서정주


장님과

앉은뱅이가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어서

 

장님은 앉은뱅이를 업고 걷고,

앉은뱅이는 길을 가르쳐,

둘이 함께 돌아다니며

빌어먹고 살게 됐는데.

 

장님의 등에 업힌 앉은뱅이가

어느 날 어떤곳에서

한 우물속을 들여다보니

거기엔 아주 큰 금덩어리가 들어있어서,

 

혼자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걸 꺼내서 똑같이 노나 팔자를 고쳐 볼 수도 있겠지만은

눈 먼 친구가 못보아 의심일 테니 에라 이대로 내버려 두고 가자'

고로코롬 작정하고 비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로부터 오래잖어서

어디서 총소리가 땅하고 나더니만,

총쟁이가 헐떡이며 뒤따라오면서

"아 그 비러먹을 놈의 우물! 큰 구렁이가 또아리를 감고

누워 있어 물도 길어마실 수도 없지 않어?!"

하고 뇌까려대는 지라,

 

앉은뱅이가 "가보자"고 해

장님과 함께 그 우물에 또 가서 보니

그건 구렁이가 아니라 여전한 금덩인데,

총쟁이가 두쪽으로 똑같이 갈라놓아서

둘이서 노나갖기엔 안성맞춤일네라.

 

그렇지만 두 친구는 헤어지기가 싫어서

그 두쪽 금덩이를 부처님 앞에 바치고

"눈뜨고 걷게만 해줍소사"

날이 날마다 빌고 또 빌었더니

죽은 뒤엔 둘이 다 성한 몸 되어

'열반'에 드셨다는 이야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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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야기는 어린이들 동화같지만,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장님은 앉은뱅이를 업고, 앉은뱅이는 길을 가르쳐, 성한 한 사람처럼 산다는 것은

서로서로 의지하여 내가 있고, 네가 있다는 불교의 '연기법'를 말하는 것이리라.


어느 우물에서 발견한 금덩어리는 깨달음에 필요한 지혜, 즉 반야를 말하는 바,

앉은뱅이는 깨달아 금덩어리를 볼 수 있었지만, 총잽이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장님과 앉은뱅이는 욕심을 부려 금덩어리를 노나 갖고 서로 헤어져서 

사바의 생활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둘은 끝까지 상생하면서 금덩어리를 부처님에게 의탁하고 수행정진했던 결과 

죽은 뒤에는 고통이 없는 해탈의 세계, 즉 열반에 들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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