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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 춘향전
07/02/2018 14:07 댓글(3)   |  추천(4)


간단한 잔채(盞采)나마 일배일배(一盃一盃) 부일배(復一盃)로 취흥이 가득 돌아가는지라 어느덧 술상을 밀치며 이몽룡 계면쩍었으나 용기 내어 한마디 불쑥 던졌다.

 

"이제 밤도 이슥하였으니 잠자리에 드는 것이 순서 아니냐."


이몽룡이 띠를 끌러 건네주었더니 춘향이가 다소곳이 받아 의장에 집어넣고 부끄러운 듯 돌아앉는다.


"이제 너도 옷을 벗어라."
"도령님이 먼저 벗으셔요."
"매사는 간주인(看主人)이라는데 주인 먼저 벗는 게 도리 아니냐."
"매사는 간주인이라는데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셔야지요."

"아무래도 오늘밤이 심상치가 않구나."
"무엇이 심상찮으십니까."
"너를 이리저리 뜯어보아도 세상 인물이 아닌 듯하였다. 백옥루(白玉樓)의 선녀로서 황정경(黃庭經: 老子의 경전으로 道亮家의 서책)을 잘못 읽고 옥황상제께 득죄하여 인간세상으로 떨어진 선녀로만 알았더니 너 고달 빼고 있는 모양새가 선녀는 백번 아니로다."
"그 말씀 한번 잘 하시었오. 소녀는 여염에 들어앉은 견문 없는 처자일 뿐 감히 천부당만부당입니다."
"너의 머리와 눈썹과 눈은 화공이 그린 듯하고 손길은 부드럽기 고사리와 같고 깁으로 묶은 것처럼 가느다란 허리는 감히 누구와 쌍이 될까. 그 붉은 입술과 하얀 이로 말하면 해어화(解語花): 양귀비를 일컬음)가 너 아니더냐. 그런데 오늘밤 주저하는 너의 모양 보자 하니 실망스럽기 그지없구나."
"소녀가 도령님께 어여쁘게 보이다 말고 실망을 가지게 되는 것은 도령님의 심지가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아름답지 못하다니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 이씨 문중 혈손 중에서 내 또한 심지가 곱고 무던하기가 소문이 짜한 중에 그 무슨 엉뚱한 말로 나를...“

"소녀 아직 오늘밤 이 자리처럼 남정네를 가까이한 적이 없거늘 소녀더러 옷부터 벗으란 분부는 아름답기 이전에 음탕함이 먼저란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보아하니 네가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하긴 남원에서 태어나 남원부중 벗어난 적 없겠으니 네 견문 있다 한들 또한 얼마나 졸렬할까. 우리 둘이 만났으니 만날 봉 자() 비점(批點)이요, 우리 둘이 마주앉았으니 좋을 호 자() 비점 아닌가. 불망기 적어주어 백년가약 맺었으니 즐긴 락 자() 비점이요. 야반무인(夜半無人)적막하니 벗을 탈 자()비점 아닌가. 한 베개를 너와 나 두 사람이 베게 되었으니 안을 포 자() 비점이요. 네가 내 하초를 굽어보고 내가 네 넓적다리를 굽어보겠으니 웃음 소 자() 비점이요, 남대문이 개구멍이요, 인경에 매방울이요, 선혜청(宣惠廳)이 오 푼이요. 호조가 서푼이요. 하늘이 돈짝 같고 땅이 매암을 돌 것인데 어찌 시골 처녀를 차지하고 있는 너는 고비마다 허물만 잡고 깐죽거리며 토라지는 꼴이 흡사 음흉한 네 어미의 버르장머리와 방불하구나."
"아니 어찌하여 이 자리에 계시지도 않은 제 어미를 헐뜯으려 드십니까."


모잡이로 꺾어 앉아 있던 춘향이 발끈하여 가파른 시선으로 이몽룡을 쏘아볼 제, 매서운 눈초리가 오히려 꽃답다. 벌써 양기가 차 오른 사추리는 뻐근하여 정신을 벗기려 한다면 또 무슨 까탈이 생겨 공든 탑 무너질까 두려운데 춘향은 정색하고 다시 물었다.


"선혜청은 어디 있기에 오 푼어치 밖에 되지 않으며 호조는 어찌하여 서 푼밖에 되지 않소."
"너와 내가 부둥켜안고 이불 속에서 뒹굴 제 서슬 시퍼런 호조인들 서 푼 값어치밖에 되지 않으며 곡식 섬이 산처럼 쌓인 선혜청이라 한들 불과 오 푼어치로 보인단 말인 즉슨 다른 오해는 두지 말게."
"그러고 보니 소녀 짐작 가는 게 없지 아니하오."
"무슨 짐작 또 있어 남의 속을 태우려 드는가."
"도령님 소시 적에 계집과 어울려 선혜청이 오 푼짜리인지 호조가 서푼짜리인지 알 턱이 있겠습니까."


듣자하니 그럴싸한 말이라 당장 둘러댈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으나,


"그런 말로 날 면박할 요량 말게. 그렇다는 것은, 내가 동헌에 출입하는 늙은 벼슬아치들이 화롯가에 할 일없이 둘러앉아 서로 농하는 것을 귀동냥하였던 풍월일 뿐 내 어찌 소년의 나이로 대중없는 방사를 저질러 터득할 것이 있겠는가."
"귀동냥한 풍월을 도령님께서 몸소 경험하신 견문처럼 자랑하시니 도령님 허세도 알만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 정녕 속만 채우고 기어코 벗지 않을 작정이냐."


견디다 못한 이몽룡이 정색하고 묻는데, 일어설 기세가 역력하였다. 그러나 이몽롱의 볼멘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다.


"너는 처녀, 나는 총각. 결발부부(結髮夫婦)가 그 아니며 불망기와 합환주가 납채(納采) 행례(行禮)와 조금도 손색이 없거늘 이성지합(二姓之合)이 우리의 연분인데, 내가 이 방에 들어와 너와 수작하기를 벌써 이슥하여 닭이 울 녘까지 이르렀음인데, 네가 나를 시험삼자하고 요리 비켜나고 저리 빼치면서 이토록 괴롭히고만 있으니 네가 해어화(解語花)에 서시(西施)를 뒤집어 쓴 절세가인이라 한들 내 단념하지 않을 수 없구나."


한숨소리가 구들장이 꺼지도록 들리고 난 뒤 사위 적막하고 촛불 소슬한지 한참이나 들렸다.


"가지 마셔요."


가지 말라는 춘향의 한마디가 귀에 둘려옴에 그 달기가 조청이요 꿀이었다. 귀가 번쩍 뜨이고 하초가 저절로 들썩하였다. 그러나 계집 다루기에 이골 난 이몽룡은 짐짓 못 들은 척하고 태연하게 되물었다.


"이제 뭐라고 하였더냐?"
"가시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분명 그런 말을 하였더냐?"
"그 말 아니면 무슨 말을 하였겠습니까."
"너로 말하면 야속하고 뻔뻔스럽구나.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나."
"소녀가 가지 말라고 잡는 것이 야속하단 것입니까."
이제 동이 터서 닭이 울 때가 되어서 가지 말라고 잡는다면 병 주고 약 주고 약 주고 병 주는 조롱이 아니고 무었이냐."
"그래서 역정이십니까."
"이 지경 당해서 역정 아니 할 사내가 있다면 필경 배냇병신이거나 반편이일시 분명할게야."
"닭 울 녘이 되었다 하나 도령님과 사랑할 말미는 아직 많겠으니 염려 놓으시고 얼른 주무세요."


이몽룡이 허리띠를 끌러 내려놓으려하자, 춘향이 냉큼 받아 의농에 집어넣고 부끄러운 듯 돌아앉아 고개 숙이고 있으니 그 자태가 한 입 배어먹고 싶도록 아름답다.


"도령님 먼저 벗으셔요."
"네가 먼저 벗어라."
"도령님 먼저."
"매사는 간주인이라 했다면 네 먼저 벗는 것이 순서다."
"매사는 간주인이라면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셔요."


다투다 못한 이몽룡이 달려들어 춘향의 옷을 벗기려 들었다. 춘향이 계면쩍고 부끄러워 두 손으로 옷고름을 잡았다. 이몽룡 짐짓 낭패한 표정으로 춘향을 나무란다.


"이게 웬일이냐. 신랑신부 첫날밤에 옷고름이 떨어지면 상서롭지 못하다 하였다. 벗자, 어서 벗자, 불두덩에서 야단났다."
야단났다 하시다니, 양반행세 이것 아니지 않습니까."
"이 판국에 양반 어디 있고 염치는 무슨 개 뼉다귀냐."


고개 숙인 춘향이가 반몸을 비틀 제, 이리 곰실 저리 곰실 하는 폼이 마치 붉은 연꽃이 미풍에 시달림을 받는 듯 하늘거린다. 치마 벗겨 내던지고 속옷조차 벗길 제 춘향의 콧잔등에는 땀방울이 맺히었고, 되바라진 입술은 한껏 부풀어 터질 것만 같았다.


이몽롱이가 춘향의 옷끈을 끌러 발가락에 딱 걸고서 기지개를 쓰니 속옷자락 활랑 벗겨져 발길 아래로 떨어졌다. 옷이 활짝 벗겨지니 춘향이 소스라쳐 놀라 미꾸라지처럼 미끄러져 금침(衾枕)속으로 들어가매 왈칵 뒤쫓아 들어가 저고리를 벗겨내니 그 희디흰 살신이 형산(荊山)의 백옥인들 비견될 바 아니었다.


벗긴 옷 둘둘 말아 한 면 구석에 던져두고 골즙(骨汁)을 내기 시작하는데, 삼승(三升) 이불은 방 네 귀퉁이의 먼지를 쓸어가며 춤을 추고, 윗목에 놓여 있던 자리끼 사발과 발치에 놓여 있던 자기 요강은 이불 속의 장단과 높낮이에 맞추어 정그렁 쟁쟁 숭어뜀을 하더라.


문고리도 질세라 달랑달랑 섣달 추위에 사시나무 떨 듯 몸부림을 쳤고, 등잔불도 이불 귀퉁이가 들썩거릴 적마다 까물까물 까무라쳤다간 다시 일어나더라. 날이 새는 것도 아랑곳 않고 이합, 삼합(三合)으로 이어지는데, 이불 속에서 입 맞추는 소리가 마개를 따는 소리와 방불하여 자주 귀를 의심하게 하더라. 그러더니 또한 사랑가로 이어진다.


"맹호연(孟浩然: 당나귀의 시인)은 나귀타고, 이태백은 고래 타고, 적송자(赤松子: 옛 선인을 일컬음)는 학을 타고, 장강(長江:揚子江)의 어부는 일엽편주 올라타고 찌걱찌걱 저어갈 제, 이몽룡은 탈 것이 없어 춘향이 너나 타고 놀까. 등등 내 사랑아. 너 죽어도 나 못 살고 나 죽어도 네 못 살리라. 우리 둘이 사랑타기 아차 한 번 죽게 되면, 후생기악(後生期約) 먼저 두자. 너는 죽어 무엇 되며 나는 죽어 무엇 되리. 너는 죽어 물이 되어 칠 년 가뭄에도 마르지 않은 음양수(陰陽水)라는 물이 되거라. 나는 새가 되되 원앙이라는 새가 되어 그 물 위에서 주야로 놀게 되면 나인 줄 네가 알리."
"제가 죽어서 물이 안 되고 꽃이 되면 어찌 하시겠소."
"복숭아꽃, 살구꽃, 버들꽃, 영산홍, 황국 백국 다 버리고 목단화 되어 피어 있을 제, 나는 죽어 나비 되어 꽃 위에 앉아 노닐 제, 그 나비 나인 줄 알려무나. 둥둥둥 내 사랑아. ()나라의 서서(西施)인가. 너 무엇을 먹고 싶으냐. 수박통 옷꼭지를 떼버리고 강릉(江陵) 백청 주르르 부어 은수저로 뚝 찍어 먹으려느냐."
"싫소.“

"그러면 은을 주랴 금을 주랴.”

"그것도 싫소."
"그럼 무엇을 먹으려느냐."
"먹는 것 입는 것 다 싫으니 한 번 더 안아주오."
"나만 음탕한 줄 알았더니 너 또한 색골이니 이를 두고 상것들 말로는 묵은 된장에 풋고추 궁합이라 한다더라.“


춘향이 그 말에는 대답 않고 문득 정색하더니 단내 나는 입으로 뇌까린다.


"도령님."
"웨야."
"도령님과의 인연이 용두사미되지 않도록 우리들의 백년가약 도중변경 마옵소서."


이몽룡은 그 순간 벌떡 일어나 앉으며 가부좌 틀고 앉아 나무라듯 대답하였다.


"양반의 한마디는 바윗돌보다 굳다 했느니라. 염려 붙들어 메어라."


미명(未明)에 일어나 책방으로 돌아갈 제 밤새 꼬박 문 밖에서 망을 보던 방자에겐 수고하였다는 말 한마디 없었으니 미천하긴 하나 배알이 없지 않았던 방자가 한마디 건넸다.


"도령님."
"웨야."
"지난밤의 음탕했던 구들농사에 하초를 다치셨소?"
"내가 하초를 다치다니? 멀쩡한 하초를 두고 어째 시까스르느냐?"
"골즙(骨汁)을 과도하게 내지 않았다면, 어째 발걸음이 가재걸음처럼 모잽이로 가고 있소?"
"네가 날 조롱함이니 예사로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역정 내지 마시고 고정하십시오. 지난밤 도령님께서 춘향이와 홀딱 벗고 네
방 퀴퉁이가 좁다하고 들썩거리며 깔딱깔딱 넘어가는 감창소리가 밤새 낭자할 제, 가랭이에 달린 고기방망이만 뒤틀어 잡고 찬이슬 맞아가며 문 밖에서 수직하던 쇤네의 그 고초를 짐작이나 하고 계시었소? 쇤네 비록 불상놈이긴 하나 배알조차 없지는 아니하고, 쇤네 비록 체수 잔망스럽고 염소수염을 달고 다니는 처지이긴 하지만, 사내구실조차 못 하는 고자는 아니랍니다."
"너 하는 말이 적지 않게 수상 쿠나."
"수상하다니요."
"고자가 아니라면 본데없는 상놈 주제에 남의 신방에 뛰어들 작정이었더냐.“

아닙니다."
"그럼 네 말의 골자가 무엇이냐.“

도령님께서 방사를 즐기실 제 문밖에서 고초 받는 쇤네와 같은 부류도 있다는 것을염두에 두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네놈 말뽄 새 보아하니 설경료(舌耕料)를 달라는 게냐. 아니면 밤새 망을 본
행하돈에 군침이냐."
"행하를 바라고 도령님을 배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방자 놈 하는 말이 은연중 언중유골이라 이몽룡이 잠자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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