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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당 가기 싫어
09/06/2017 19:09 댓글(0)   |  추천(9)


마광수 교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여전히 그의 문학적 성과와 성격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문가들에 의해 정확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가 죽는 마당에 읽는 그의 '나는 천당 가기 싫어'라는 시는 참으로 순진무구하고 애틋합니다.


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나는 천당 가기 싫어


나는 천당 가기 싫어

천당은 너무 밝대

빛 밖에 없대

밤이 없대

그러면 달도 없을거고

달밤의 키스도 없을거고

달밤의 섹x도 없겠지

나는 천당 가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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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본인 블로그에 게재했던 것을 다시 가져온 글이다.)


1990년대를 거치면서 마광수 교수는 한국문학의 위선성과 지나친 엄숙주의와 교양주의를 질타하고, 잇따라 센세이셔널한 시와 소설을 발표함으로서 거센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는 1992년 출판한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이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동료 문인을 포함하여 각계각층의 신랄한 비판을 받고 구속되었으며 교수직에서도 직위해제되었다.


그의 소설과 시는 위선과 가식이 없고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인간상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시에서는 화장을 안 한 자연스러운 얼굴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자신을 가꾸고자 하는 여성의 본능에 따라 화장을 한 얼굴이 더 자연스럽고 사랑스럽다고 주장한다. 화장하고 싶은 여성의 본능에 위배되는 맨 얼굴은 가식이라는 것이다.


마교수는 외설적이라 비판받는 그의 소설과는 대조적으로 극히 감성적인 시를 쓰기도 하였다. ‘사랑이여’라는 시는 파도와 작은 바위로 남녀 간의 사랑을 이미지화한 아주 훌륭한 시라 생각된다.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은 마교수가 그의 문학관을 타당화시키기 위해 조급하고 무성의하게 씀으로서 예술성과 문학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듯싶다. 이에 따라 소설도 사람도 비난거리와 우스개가 되었던 것이다.


나는 ‘즐거운 사라’를 사다 놓고 읽으면서 혹시 아이들이 볼까봐 책의 등을 책장 안쪽으로 늘 꽂아 놓았었다. 그리고 내용이 너무나 포르노 영화 같이 의미도 재미도 없어 중간에 읽기를 포기했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마광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꼭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아니더라도

양철로 된 귀걸이, 반지, 팔찌를

주렁주렁 늘어뜨린 여자는 아름답다

덕지덕지 바른 한 파운드의 粉 아래서

순수한 얼굴은 보석처럼 빛난다

아무 것도 치장하지 않거나 화장기가 없는 여인은

훨씬 덜 순수해 보인다 거짓 같다

감추려 하는 표정이 없이 너무 적나라하게 자신에 넘쳐

나를 압도한다 뻔뻔스런 독재자처럼

敵처럼 속물주의적 애국자처럼

화장한 여인의 얼굴에서 여인의 본능이 빛처럼 흐르고

더 호소적이다 모든 외로운 남성들에게

한층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가끔씩 눈물이 화장 위에 얼룩져 흐를 때

나는 더욱 감상적으로 슬퍼져서 여인이 사랑스럽다

현실적, 현실적으로 되어 나도 화장을 하고 싶다

분으로 덕지덕지 얼굴을 가리고 싶다

귀걸이, 목걸이, 팔찌라도 하여

내 몸을 주렁주렁 감싸 안고 싶다

현실적으로

진짜 현실적으로



‘사랑이여’  마광수


당신이 바닷가의 거센 파도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저는 바닷가의 작은 바위. 당신은 사나우리 만치 강한 사랑으로 저를 압도하여 옵니다. 그러면 저는 어쩔 수 없이 매일매일 당신의 사랑 속에 빠져 들어가 버려요. 당신은 언제나 웃으며 춤추며 저에게 달콤한 목소리로 휘감겨 와요. 저는 당신의 품속에 얼굴을 묻고 행복으로 흐느끼지요. 그러나 저는 그토록 큰 당신의 사랑에 내 작은 몸을 지탱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 몸은 당신의 품안에서 차츰 깎이어 작게 허물어져 가요. ..... 그러면서 그러면서 저는 늙어요.

세월이 아주아주 흘러..... 제가 당신의 사랑을 감당 못하리만큼 몸이 깎이어 없어져 버린다면 어떻게 할까요? 당신은 제가 당신의 사랑을 마음껏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실 거예요. 그리고 저보다 더 크고 더 억센 바위를 찾아,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실 거예요. 그러나 저는 이미 몸이 부서져 흩어져 버려, 당신을 붙잡을 수가 없어요. 저는 단지 힘 있게 출렁거렸던 당신의 사랑을 되새기며 바다 위를 떠다니겠지요. 그러다가..... 전 아예 죽어 물거품처럼 사라질 뿐이구요...... 잊혀져 버릴 뿐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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