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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 나만의 리듬으로
08/23/2015 13:08 댓글(0)   |  추천(2)


 



 

 

 

오늘 참 많이 걸었습니다.

아침의 상큼하고 쾌적한 공기가 가득한 길을 마냥 걸었습니다.

소 여물로 쓰이는 풀을 키우는 밭을 지나고

고목에 새 순이 돋아나는 목장도 스쳐 걸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걷다

아픈 다리를 쉬려고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데

문득 떠오르는 장소가 있더군요.


전 아직까지 가 보지 못한 곳이지만

언젠가는 꼭 가보겠다고 내 버켓 리스트에 써 놓았던 곳.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가 독백하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지요.



"내가 가끔 당신에게 책에서 읽었다며 해준 이야기들은 내가 읽어서 해준 이야기들이 아니요이.

사실은 내 딸한테 물어서 해준 것들이오.

스페인인가 하는 나라에는 산티아고라는 곳이 있다 했던 거.

당신은 그 이름을 외우는것도 힘들어해서 거기 어디라고 했소? 자꾸 물었소이.

거기에 순례자의 길이 있는데 삼십삼일 동안 걸어가는 길이라합디다.

내 딸아인 거길 가고 싶어했소이.

그래서 가끔 내게 그곳 얘기를 해주곤 했는데

마치 그곳을 내가 가고 싶은것처럼 당신에게 말한 적도 있었네.

그랬더니 당신이 그랬지라오. 그리 가고 싶으먼 언젠가 함께 가보자고 말이오.

어딘가를 함께 가보자고 하는 말을 당신에게서 듣고 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소이.

내가 당신을 다시 찾아가지 않은 게 그날 이후부턴가보오.

사실은 나는 그곳이 어딘 줄도 모르고 가고 싶지도 않으요.

지나간 시간에 함께한 일들은 어찌 되는 건지 당신은 알고 있소이?"

(page 234 ~ 235)

 


그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에 밑줄을 쭈욱 그어 놓았던것은,

그 엄마의 심정을 몇 배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언젠가는 가리라 마음 먹었던 지명을 읽고는

아련한 그리움에 젖어들었기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Santiago de Compostela

 

 

"산티아고 길에 대한 당신 이야기에는 무언가 빠져 있어요."

마드리드의 카사 데 갈리시아에서 막 강연을 마치고 자리를 뜨는데 한 순례자가 말했다.

당연히 빠진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내 의도는 내 경험 중 몇 가지만을 청중과 나누려는 것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빠졌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 커피를 한 잔 하자고 권했다.

베고냐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가 말했다.

"저는 많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의 길에서건 삶의 여정에서건

항상 타인의 리듬에 맞추려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순례를 시작하며 저 역시 일행의 보조를 맞추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제 몸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요구하게 되니 곧 지쳤어요.

언제나 팽팽하게 긴장했고, 그래서 왼쪽 발목 인대가 늘어났죠.

결국 저는 이틀도 못 걷고 도리없이 쉬게 되었답니다.

쉬는 동안 생각했어요.

나 자신의 리듬을 따라야 산티아고에 이를 수 있겠구나.

 당연히 제 여정은 다른 사람 들보다 더 오래 걸렸고, 많은 구역을 저 혼자 가야 했어요.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죠.

 저만의 리듬을 존중함으로써 여정을 다 할 수 있다는 것.

그때부터였어요. 이 깨달음이 제 삶의 모든 일에 적용된 것은.

저는 이제 저만의 리듬을 중시하며 살게 되었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중에서 (page 196 ~ 197)

 

 

 

그날 밤 잠자리에 누어

다른 날 하이킹 할 때보다 유난히 더 발목이 시큰거려 발을 주물러보다가,

'나만의 리듬'을 나름대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나만의 리듬으로 내 앞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참으로 소중하고 깊은 교훈이다는것을....^^

 

 

 2009. 3. 30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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