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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횡단 22일차] 플로리다 올랜도에 갔었던 것은.....
03/31/2019 20:03 댓글(4)   |  추천(12)




내가 올랜도에 갔었던것은.

 극히 내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였기때문에

 나는 이 포스팅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며칠 고민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고민끝에 지난 주말에는 그 때 올랜드에 가서 만나게 되었던 분에게 

거의 일 년여만에 전화를 하였으며,

그 분으로부터 내가 다녀 온 뒤의 일까지 전해 듣고서는 더욱 마음이 아펐다.


나는 이 때 처음으로 날짜별로 대륙횡단기를 쓰기 시작하였던것에 대해 후회를 해보았다.

애초에 내가 하였던 여행을 기록 형태로 글을 쓰는것이 좋을것 같아 날짜별로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날짜별로 쓰지 않았다면 이 날 아침에 들렸던 어거스틴 비치(Augustine Beach)에 관한 포스팅만 하고

 2018. 3.31 의 여행기를 끝낼 수도 있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정확히 2019. 3. 31 주일 미사에 참례하러 성당에 갔었는데

평소에 잘 알고 있던 자매님이 나의 팬이 찾아 왔다고 소개해 준다고 하였다.

나는 의아해서 "내 팬?" 하고 반문 하였더니,

" 아, 자매님이 중앙일보에 느티나무란 아이디로 블로그에 글 쓰고 있잖아요?" 하였다.

나도 이 분때문에 자매님 블로그 알게 되어서 열심히 글 읽고 있거든.ㅎㅎ

난 이 자매님으로부터 처음 듣는 이야기라

(아니, 이 자매님까지 알고있어? 그러면서도 나한테는 시치미 뚝떼고 있었네, 하면서)속으로 놀래고 있는데

그 옆에 서 있던 생전 처음보는 자매님이 생글생글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하는것이 아닌가?

평소에 내 블로그의 글을 열심히 읽는 애독자라고 하면서....^^

지금 LA에 사는데 잠시 이곳에 들렸다가 나를 만나보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하긴 Main 주에서 살던 분이 내 블로그의 글을 읽어 오다가

애리조나에서 살아도 좋을 것 같아,

 아예 매인 주에서 이곳으로 이사 와서 같이 지내고 있는 성당의 자매님 가족도 있는데.....^^


그리고, 내가 이 포스팅을 하기로 마음 먹게 된 것은,

 오늘 만났던, LA에서 오신 '안나 자매'님이 한 몫을 해 주었다.

그 자매님은 나를 만나 방긋방긋 웃으면서 내 여행 글이 좋다고, 

아프리카 여행기도 써 달라는 요청까지 하였었다.


또 올랜드에서 만나 나에게 아주 친절하게 해 주었던, 

며칠 전에 전화통화를 하였던 N자매님에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이제 나는 내 친구 이야기를 하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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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초에 대륙횡단 여행을 계획하였을 때는 플로리다주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여행 떠나기 3주 전 쯤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플로리다주의 올랜드에 살고 있는 친구로부터인데 자기가 지금 몹씁 병에 걸려 있다고.

그리 오래 살 것 같지 않다고.


갑자기 앞이 캄캄해진다는 표현이 그 때인것 같았다.

말할 힘이 없어서 길게 통화도 못한다는 친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은 다음에

나는 생각에 잠겨 깊이 골똘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가자, 가서 말지나의 손을 잡아주자.


나는 말지나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십 여년이 넘도록,

끈끈한 인연으로 참으로 길게 온라인안에서 이야기해 왔었고,

가끔 그 녀는 내게 커다란 힘을 주었다.


 그 녀를 알게 된 것은 지난 2005년도, 

내가 처음으로 조선일보에 블로그를 시작할 때였다.

말지나 역시 조선일보에 블로그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녀는 글을 잘 쓰지를 않았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블로거의 글을 읽으면서 열심히 댓글을 달아주는것이 전부였다.

그 녀와 점점 친숙하게 되면서

그 녀가 나와 동갑이고, 

나와 같은 가톨릭 신자이며

그리고 그 때 나는 시카고에서 직장에 다닐 때이지만,

오랫동안 뉴욕에서 살던 그 녀는 남편이 은퇴하여 플로리다의 올랜드로 이사를 온 후였다.


그러던중 2015년 7월부터 조선일보 블로그를 폐쇄한다고 하였다.

그 때 많은 블로그 친구들은 네이버나 다움으로 많이 갔고, 

난 이곳 미주 중앙일보, J블로그를 택하였다.

말지나는 내가 온 곳으로 나를 따라왔다.

'나무'란 아이디를 가지고.

그 녀는 늘 나를 '친구님' 하며 댓글을 달아 주었었다.


그런데 그 말지나가 몹쓸 병에 걸려 있다니,

만나야 해....하면서 플로리다주를 내 여행루트에 넣게 되었으며,

드디어 오늘은 올랜드로 가는 날인것이다.














해가 뜨는 것을 보겠다고 왔던 6시 30분경에 도착하였던 

어거스틴 비치(Augustine Beach).


날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결국 짙은 구름에 가린 해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고,










거칠게 밀려오는 파도에 맨 발만을 적시고, 

돌아섰다.






St. Augustine Light house.












자동차로 해변을 달릴 수 있다는 데이토나 비치(Daytona Beach).

하지만 이곳도 거친 물결이 해안으로 밀려들어와 

자동차로 해변을 운전하는것을 금하고 있었다.

게다가 가끔씩 빗줄기도 흩뿌리고 있어서, 사진만 몇 장 담고 떠났다.






친구가 다니고 있는 성 김제준 이냐시오 성당이다.

친구에게 어제, 오늘 전화를 계속 해도 연결이 되지 않아 

혹시나 하고 올랜도에서는 하나 밖에 없는 이 한인 성당을 찾아 왔을 때는 오후 1시 30분경.





성당 문은 꼭꼭 잠겨 있었고,

성당 옆으로 돌아서니 사람들이 보였다.





사진부터 담았는데 알고 보니 본당 신부님과 성모회장님.

그 뒤로 보이는 건물은 친교실.

성모회에서 부활주일인 내일 먹을 친교 음식을 준비하려고 

몇 분이 친교실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젊은 자매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젊은 자매님이 N자매님이셨는데 

그 분으로부터 내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최근 몇 달 동안 성당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였다.

내 친구가 많이 아프다는 말에 내 가슴이 콕콕 아려왔다.

친구집으로 레지오 단원들이 기도해주러 방문하는 것을 친구남편분이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있어 

사람들이 그 집을 찾아가지 않고 내 친구를 위해서 기도만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주었다.


N자매님이 파스카 성야 미사가 밤 9시에 있다고하여,

미사 시간에 맟추어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나는 호텔로 돌아갔다.






미사 시간보다 30 여분 일찍 성당에 도착하였다.

이렇게해서 나는 아프다는 친구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 아닌 것,

오로지 주님만이, 내 인생의 주인공이시다.

그러니 나는 그 주인공을 슬프게 해드리면 안되겠지. 

내 살면서 나도 모르게 죄를 지어 그분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안되겠지.


그러려면 내게 주신 시간동안 열심히 살다가면 될 것이다.

나는 지금 견디지 못할 깊은 아픔이 있어서 그것을 이겨보려고 홀로 여행 길 위로 나섰듯이,

믿음 깊은 내 친구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투병생활을 할 것이리라.


그래도,

한 번 만나서 손 한 번 잡아 주고,

한 번 반갑게 만나서 꼬옥 안아주고 싶었는데,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일까?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 피천득님의 '인연'중에서 -







N자매님이 이곳까지 오셨는데 사진 한 장 담아 가세요...하고 자꾸만 권하여서,

까맣게 탄 얼굴로 가만히 그 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친구가 영성체를 하기 위해 얼마나 이 제대 앞까지 나왔었을까 싶어서

그 제대 앞에서 앉아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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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N자매님과 통화하였는데,

내 친구는 더 병이 깊어져서 올랜드의 집을 처분하고

 30여년 동안 살았던 뉴욕으로 다시 이사를 갔다고 전해 주었다.

친구는 딸이 하나 있는데, 그 딸래미가 뉴욕에 살고 있다.

말지나, 그 녀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18. 3. 31 (토)

대륙횡단 22일차

올랜도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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