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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엔 선인장이 없다
08/10/2018 15:08 댓글(6)   |  추천(2)


[(감상]

사하라엔 선인장이 없다

조사무


   선인장이 사막을 사는 것은 사막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막이 변함없이 저들을 보듬기 때문이다.

   (A cactus doesn’t live in the desert because it likes the desert; it lives there because the desert hasn’t killed it yet.)

   -Hope Jahren, Lab Girl 


   일전에 배달된 계간 문예지 '시인수첩'에서 ‘돈나무 키우기라는 시 한 편을 읽었다김종미라는 여류시인이 최근에 발표한 신작시다시를 감상하다가 문득 이십오륙 년 전에 키웠던 돈나무가 생각났다새집을 장만했다고 친구가 집들이 기념으로 선물한 관상용 나무였다돈나무라고 설마 돈이야 열리겠느냐마는 실내공기를 청정하게 해준다기에 애지중지 키웠다

딴에는 정성을 쏟는다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물을 주며 틈틈이 물티슈로 도톰한 잎사귀를 윤기가 나도록 닦아주었다하지만 꽃도 한 번 피우지 못한 채 한 해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려 친구에게 미안했었는데 시를 통해 오늘에서야 그 까닭을 알았다.


   한 달에 한 번 물을 주면 된다는 돈나무는

   여자의 생리를 닮았다

   매달 이십일 전후

   내 생리일에 맞춰 그녀의 배란일을 정한다


   이때 나는 하느님 같다


   그녀도 아랫배가 심하게 아플까

   내가 얼마나 아픈지는 하느님도 모를 거야

   이제 한 달 동안 난 그녀를 잊어도 좋다

   그동안 그녀는 성욕을 느낄까

   오뉴월이면 꽃이 핀다는데

   우리 집 돈나무는 꽃이 피지 않는다


   이때 나는 그녀의 쓸모없는 애인 같다


   내가 폐경이 되면

   돈나무 키우기가 어려울 거야


   물을 전혀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나무가 있을까


   사하라 사막 선인장은 길고 긴 건기를 견디느라

   온몸에 가시를 키운다


   온몸에 돋아난 가시 때문에

   노모는 자꾸 성질이 사나워진다

   (김종미 ‘돈나무 키우기’ 전문)


   내겐 못 말리는 버릇이 있다말 트집글 트집이 바로 그것이다그렇다고 공연히 생트집을 부린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모처럼 오붓하니 나선 드라이브 길에 아내가 “여보우리 카페에 들려 커피나 한 잔씩 먹고 갑시다.” 하면 그냥 다정하게 “그럽시다.”하면 만사가 무탈하련만 객쩍게 “커피를 먹다니글깨나 쓴다는 사람이.” 하고 말꼬투리를 붙잡고 늘어지다가

실랑이를 당하는 경우다


   옥에 티가 있듯 제아무리 훌륭한 시에도 흠이 있기 마련이다그러기에 시인들이 시어(詩語하나를 놓고 긴긴날 고심도 하고두고두고 퇴고를 거듭하면서도 성에 차지 않아 속앓이를 한다하지 않는가어찌 그게 시에서 뿐이겠는가

모든 장르의 글에서 완벽(完璧)이란 한갓 희망에 지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내 고장 속담에 버릇 굳히기는 쉬워도 버릇 떼기는 힘들다.’라는 말이 있다김종미 시인의 시작(詩作)을 두고 굳이 트집을 잡자면 사하라 사막 선인장은 길고 긴 건기를 견디느라 온몸에 가시를 키운다.’라는 꽤나 멋진 시구가 마치 선인장 가시처럼 자꾸 마음에 걸린다.

좀 깐깐하다 흉잡힐지는 몰라도 한마디로 사하라 사막에는 선인장이 없다.’


   선인장특히 가시가 성성한 야생 선인장은 아메리카대륙에 자생하는 토종 식물이다혹자는 선인장을 닮은 페이요티

(Peyote)라는 식물이 사하라에도 있다고 하는데 사실로 확인된 바도 없을뿐더러 그 품종에는 가시마저 없으니 이를 어쩌랴

그러니 시에서 '사하라'라는 지명을 아예 빼던가 아니면 차라리 모하비(Mojave)나 소노란(Sonoran) 사막이라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어들이 유별나지 않고 편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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