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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별세’가 ‘간접 살인’이라는 정치 선동
04/10/2019 06:04 댓글(0)   |  추천(18)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를 두고 <조선일보>와 일부 경제지, 자유한국당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 ‘간접 살인’이니 ‘인민재판’이니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정부 공격의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조선일보와 일부 경제지는 9일 조 회장의 별세를 현 정부와 국민연금 탓으로 몰아갔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그는 현 정부 들어 대표적인 ‘적폐 기업인’으로 찍혀 전방위 압박을 받아왔다. 마녀사냥, 인민재판이 따로 없었다. 국민연금은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조 회장을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축출했다. 조 회장 사망에 대해 재계에선 ‘간접 살인’이라는 개탄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무리한 얘기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무리를 넘어 황당한 얘기다. 조 회장 일가의 불법·비리 의혹은 한 경제지가 지난해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을 단독 보도한 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폭로·제보와 언론 취재를 통해 조 회장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직원들에 대한 상습 폭행, 대한항공을 이용한 밀수,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등 각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그런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야 했다는 말인가. 만약 그랬다면 ‘재벌 봐주기’로 비판받을 일이었다.


당시 조선일보가 유독 보도에 소극적이었는데 대한항공이 <티브이조선>의 3대 주주이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샀다.


조 회장의 이사 연임도 국민연금만 반대한 게 아니다. 캐나다연금과 플로리다연금 등 외국 연기금들도 반대했고, 국내외 유수의 의결권 자문사들은 기관투자가들에게 반대를 권고했다. 그만큼 결격 사유가 분명했다는 얘기다.


조 회장 별세 당일인 8일엔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던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9일 앞다퉈 조선일보 주장에 동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노후자금을 앞세워 경영권을 박탈한 연금사회주의”,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이게 인민민주주의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 계급혁명에 빠진 좌파 운동권들이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며 “6·25 당시 인민군과 그에 부화뇌동한 국내 좌익들이 인민재판을 통해 지주들과 자본가들 심지어는 회사원들까지 무참히 학살하고 재산을 몰수, 국유화했다던 비극이 떠오른다”고 했다. 도대체 제정신에서 하는 얘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의원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엔 총수 일가가 회사 업무와 관련해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되면 즉시 직무를 정지시키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정직 또는 면직 처리하도록 하는 일명 ‘조현아 방지법’(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


조 회장의 별세는 안타까운 일이다. 조 회장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추모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에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되레 고인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889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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