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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
11/22/2018 05:11 댓글(0)   |  추천(22)


漱石枕流(수석침류) 라는 말이 있다. 
晋書(진서) 孫楚傳(손초전)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실수를 궤변으로 둘러대거나 실수를 지적하는 사람을 이길려고 하는 

고집이 센 사람을 빗대는 말이다.


진(晉)나라 초기 손초(孫楚)라는 사람이 있었다. 

문학적 소질은 뛰어났으나 자존심이 강하고 꽤 오만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魏晋(위진) 시대에는 사대부(士大夫)들 사이에서 죽림칠현(竹林七賢)을 흠모한 까닭에 

손초(孫楚)도 속세를 벗어나 산속에 은거하고자 친구인 王濟(왕제)에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런데 대화를 하던 중 "돌로 베개를 삼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한다"라고 해야 할 것을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는다"고 한 것이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왕제가 웃으면서 그의 실수를 지적했다. 

"어찌 흐르는 물을 베개로 벨 수 있는가? 그리고 돌로 양치질을 어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손초가 말하기를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는다는 것은, 옛날 은사(隱士)인 許由(허유)와 같이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씻으려는 것이고, 돌로 양치질을 한다는 것은 

내 치아를 갈기 위함일세” 라고 강변했다.


실수를 했을 때 머리숙여 사과하는 것도 하나의 용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손초의 예를 보듯 이야기의 본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실수에 대해 궤변을 늘어놓으며 

끝까지 우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심지어는 그것을 신념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信念(신념)이란 무엇인가?  변하지 않는 굳은 생각을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자각하면서도 임기응변식의 말장난이나 불합리한 언행으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모면하려고 뻔뻔스럽게 우기는 것을 신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신념을 말할 때는 그것이 이성과 지성, 사회적 통념에 부합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속한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과 미래지향적인 지표를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언론과 공중파 방송은 연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관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은 대권을 꿈꾸는 사람이다. 현 여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언행에 발목을 잡혀 대권 반열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나는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는다. 조금 더 솔직하라면 이재명을 싫어한다. 

이재명을 교주처럼 광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소리가 되겠지만, 

나는 이재명의 경박스러움과 천박한 언행, 거짓으로 진실을 호도하려는 뻔뻔함을 싫어한다.


이재명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혜경궁 김씨'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라도 잘못된 판단과 실수를 할 수 있고, 그런 실수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마치 인생이 망가지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재명은 야망이 있는 사람이다. 

돌이킬 수 있을 때 돌이켜야 한다. 그에겐 아직도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납작 엎드려 사과를 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의 실수에 사과할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만이 이재명이 살 수 있고 그의 아내 김혜경씨가 편안해질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비판하는 글을 쓰거나 그를 입에 올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漱石枕流(수석침류)의 손초와 비슷해서 짜증이 나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광신도들이 교주를 떠받드는 것처럼 보여서 꺼림칙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SNS를 통해서 지지자들을 향해 아내의 누명을 벗길 수 있는 증거를 찾아달라고 하고 있지만, 

손초(孫楚)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궤변을 늘어놓으며 실수를 만회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서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필부에 불과한 나에게 조차 조롱받는 것을 보면서, 그릇된 판단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오명을 남긴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이미지출처/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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