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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을 만난 요세미티 캠핑 셋째날(Ten Lakes)
09/24/2017 17:09 댓글(0)   |  추천(18)


 소나무가 특유의 향기를 내품으며 하늘을 찌를 듯 캠프장을 감싸고 있다.

공기는 싸늘하지만 간밤에 잠을 푹 자서 그런지 기분좋은 아침이다.


 피넛버터를 바른 빵과 물 네병, 맥주 2캔, 세븐업 한캔을 챙겨넣고

옹기종기 크고 작은 호수가 10개 모여있다는 Ten Lakes를 간다. 


 왕복 12.8마일.  7~8시간이 소요되며 고도변화는 약 3.090ft.


 트레일 헤드에서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1마일쯤 걸었을까?

4~5m 앞에 Black Bear 한마리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여기까지 오면서 왜 저 녀석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돌길에서 잠깐 밑을 내려다 보고 걸었을 뿐인데 저 자식이 언제 내 앞에 와있는 거야?  

아쒸! 돌아버리겠다. 


 배낭을 벗어던지고 왔던 길로 도망갈까?  내가 뛰어가면 녀석이 쫒아올까? 

덩치는 작아 보이지만 녀석의 뜀 걸음이 나보다 훨씬 빠르겠지?

등을 보이고 도망가면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짧은 순간에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조심스레 옆에 있는 널찍한 바위 위로 올라가 안좋은 일을 당했을 경우를 가정해 사진을 찍는다.

녀석의 먹성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설마 카메라를 삼키진 않겠지? 


 그리고 천천히 배낭을 벗어 쟈크를 열고 혼자 요세미티 하이킹을 할 때 호신용으로 갖고 다니는 

30cm 길이의 사시미 칼을 꺼내 오른손에 쥐고 왼손엔 하이킹 스틱을 거머쥔다.


 녀석이 공격해 온다면 스틱으로 눈을 찌르고 사시미 칼로 숨통을 끊어버릴 생각이다.


 그리고 그냥 지나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왼손의 스틱을 바위에 두드리며 소리를 낸다.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녀석이 어슬렁 어슬렁 숲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다행이다.

먼 발치에서 곰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친 것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100여 미터를 달려가 물을 들이키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렇게 가까이 갈 때까지 녀석을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나이가 들어 감각이 둔해진 것일까?


 돌길을 걷거나 오르막을 오른 땐 누구라도 바닥을 보며 걷지만 그처럼 가까이 다가가도록

녀석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좋았던 일은 오래 기억하고 나빳던 일은 기억에서 빨리 지우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곰을 만나 당황스러웠던 오늘도 내일이면 추억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잊고 싶다.


 남은 길에선 곰을 만나지 않길 바라며 걸음을 서두른다.

아름다운 Ten Lakes에서 맥주를 들이키며 긴장했던 순간을 털어버리기 위해... 


Ten Lakes Trail Map ↑ (구글캡쳐)


120번 Tioga Road에 있는 Ten Lakes Trailhead  ↓


Trailhead에서 0.1마일을 걸어왔다. 

앞으로 6.3마일을 더 가Ten Lakes.  오늘은 12.8마일(20.4km)을 걸어야한다.   ↓


인적이라곤 없는 게 곰이 나올 것 같은 숲길이다   ↓


Black Bear 한마리가 4~5미터쯤 앞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나를 쳐다보고 있다  ↓


곰과 헤어지고 한참을 걸어오니 널찍한 초원지대가 나타난다 ↓

나는 소나무가 우거지고 경사가 심한 능선을 넘어가야 한다. 


소나무 능선을↑ 넘으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



누렇게 물든 것이 가을이 왔다. ↑


4명의 젊은 남녀가 낭떠러지에서 가을바람을 맞으며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


8살 먹은 쌍둥이 아들을 데리고 2박 3일 백패킹을 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Lisa  ↓ 

5분 먼저 나와 형이 된 Skylar (왼쪽) 5분이 늦어 동생이 된 Bodhi (가운데)

나는 이들을 보면서 미국의 미래를 보았고 미국인들의 자연보호 정신을 다시 한번 엿보게 된다.

(세사람에게 블로그에 사진을 게시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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